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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88) 사랑하지는 못해도!

“사랑할 수 없다면 미워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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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직장생활 하는 아가씨가 답답한 마음에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직장상사가 여자인데, 미워 죽겠어요. 평소에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단물 빨아 먹듯 다 빨아 먹다가 정작 아쉬운 것이 있어 찾아가면 ‘나 몰라라!’ 하는 거예요. 어떤 사소한 부탁 하나 들어 줄 때는 며칠 동안 동료들에게 얼마나 생색을 내던지. 마음 같아서는 더 이상 직장을 다니기도 싫지만, 당장 그만 둘 수도 없고! 누구 때문에 어렵게 구한 직장을 그만 두는 것도 자존심 상하고. 요즘 잠도 잘 안 오고, 마음도 답답해요.”

서럽게 우는 그분이 실컷 눈물을 쏟을 때까지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정도 감정이 가라앉은 것 같을 때, 물었습니다.

“힘드셨죠. 얼마나 힘드셨으면! 그 직장 상사가 너무 미운 거죠?”

그분은 목멘 소리로, “정말 미워 죽이고 싶어요. 그런데 사람을 죽도록 미워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마음먹고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에 그 사람의 좋은 점도 찾아 봤어요. 사실 여자로서 이 분야에 그 정도 위치까지 오른 것 자체가 능력 있는 것이잖아요. 하지만 그 사람의 좋은 점을 찾다보니, 문득 ‘그 여자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내가 가지지 못해 질투하는 것일까’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우리는 흔히 ‘미움’의 반대말을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감정으로 다룰 때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미움’의 감정이 들 때 신앙인이라면, 거기서 갖는 죄책감으로 ‘사랑하기는 해야 할 텐데’하는 생각을 하면,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와 짜증을 안고 사는 ‘헷갈리는 감정의 노예’마저 될 수 있습니다.

예전에 본인도 누군가를 무척이나 미워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할아버지 수사님 방에 찾아가 속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그분은 미소를 지으며, 당신도 젊을 때 동료수사가 너무 미워 몇 달 내내 같은 고해성사를 봤다고 합니다. 그러자 할아버지 신부님께서는 똑같은 말만 하시더랍니다. ‘사랑하지는 못해도 미워하지는 않으려 노력을 해 봐요!’ 그 후 그분은 그 형제를 떠올릴 때마다 ‘사랑하지는 못해도 미워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가지고 살았다고 합니다. 결국 미움도 서서히 사라지고, 점차 안정된 마음 안에서 형제애가 다시 싹트더랍니다.

지금 미운 사람으로 인해 행여 ‘죄책감’에 힘들어 하는 분이 있다면, 더 미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마음 자체가 영적 건강에 도움이 되고, 미울 때 미워하더라도 시간이 흐를 때마다, 조금씩 덜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할 때, 자신도 모르는 깊은 내적 변화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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