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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89) 믿음, 그 오묘한 마음

기적을 바라기 전에 먼저 ‘믿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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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잘 아는 신부님께 실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신부님은 무슨 일 때문에 몇 달 동안을 프랑스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그 기간 동안 오른쪽 무릎이 점점 아파오더랍니다.

아마도 며칠 전 자동차 문에 무릎이 심하게 부딪친 적이 있었기에, 가벼운 타박상으로만 생각했는데, 점점 무릎에 통증이 오면서 실제로 절룩거리며 걷게 되었답니다. 의료보험을 신청하지 않았기에 프랑스 병원에서 만약 수술이라도 하게 되면,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무릎이 아파 다시 한국에 들어갔다가 올 수도 없는 실정이고, 그렇다고 그 몸으로 어떤 일을 하자니, 너무 힘들더랍니다.

그래서 문득 생각해 낸 것이 ‘루르드 성지’였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기 때문에 ‘루르드’를 가면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 날,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루르드로갔답니다. 처음에는 ‘기적’ 때문에 그곳으로 가는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하고, 유치하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루르드’에 도착해서 내린 결론은 인간적인 마음에 기적을 바랄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성지순례의 마음만 갖기로 했답니다. 그래서 도착한 후 미리 한국 수녀님들이 계신 곳에 숙소를 잡고 천천히 절룩절룩 걸어서 성지로 갔답니다.

때는 3월 초라 날씨도 궂고 순례자들도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세계 각국에서 온 순례자들의 순례는 여전했습니다. 자신도 동굴 앞에 앉아 묵주기도를 20단 드리고 기적의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숙소로 돌아왔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수녀님들하고 함께 식사를 하는데 거기 계신 수녀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랍니다.

“신부님. ‘루르드’ 성지는 참으로 오묘한 곳 같아요. 이곳 주변 사람들은 그 기적수를 받아 가지고 매일 밥할 때도 사용하고, 차 마실 때도 사용하거든요. 그런데 그다지 놀라운 기적들은 일어나지 않는데, 그 기적수를 아주 작은 통에 받아 자기 나라에 가져가서 기적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줬는데, 그 사람들이 한 방울을 마시고 기적이 일어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요? 저도 아무 생각 없이 성지에서 기적수를 잔뜩 마셨는데.”

“신부님. 오늘은 기적수를 마셨으니, 내일 아침에는 다시 가서 씻으시면 되겠어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사실, 지금 무릎이 너무 아프거든요. 그래서 행여나,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침수 예식에 참석하려고요.”

“신부님. 그러지 마시고, 내일 침수예식 할 때 무릎을 낫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무릎이 나았다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세요.”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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