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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91) 시공간을 초월한 간절한 그리움

부활과 산이와 죽은이의 통공을 믿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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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부님께서 자신의 특별한 경험을 들려준 적이 있습니다. 그 신부님이 외국에서 생활할 때 동료 신부님과 신학생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갈 때 였답니다.

버스를 탔는데, 그 안에서 짙은 향냄새가 나더랍니다. 그곳이 파리였기에 설마 짙은 향냄새가 날까 싶어 옆에 있던 신부님과 신학생에게 향냄새에 대해 물었답니다. 그러자 신부님과 신학생은 주변을 코로 킁킁거리더니 아무 냄새도 안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신부님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혹시 무슨 냄새 안 나느냐 물었더니 향수 냄새는 나지만, 향냄새는 전혀 안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버스를 내릴 때까지 그 신부님 혼자 진한 향냄새를 맡으며 왔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부님 역시, 그 ‘향냄새’는 초상집 혹은 영안실에서 맡았던 냄새였기에, 파리에서는 그런 냄새가 전혀 날 리가 없기에, 스스로 좀 이상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답니다.

저녁을 다 같이 먹고 난 뒤 각자 숙소로 돌아가고, 신부님은 습관적으로 메일을 확인했답니다. 신부님이 잘 아는 할머니가 계신데 그분의 자녀로부터 메일이 왔었답니다. 메일 내용은 신부님에게서 향냄새가 짙게나던 바로 그 시간, 당신 어머니께서 하느님 품으로 가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 할머니는 신부님이 한국에 있을 때부터 각별하게 지냈던 분이었답니다. 그랬기에 파리에 있으면서 자주 할머니를 위해 미사 지향과 기도를 드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많이 아프시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할머니는 자녀들에게 신부님이 언제 한국으로 돌아오는지를 애타게 물으실 정도로 무척이나 보고 싶어 하셨답니다.

할머니는 몇 달을 병마와 싸워 이기셨지만, 결국 그 신부님이 오시는 그 달을 못 넘기고 하느님 품으로 가셨던 것입니다.

놀랍게도 할머니는 하느님 품으로 가시면서 당신이 하느님 나라로 잘 가고 있다는 말을 신부님에게 해주고 싶으셨는지, 파리로 오셔서 당신에게 향냄새를 진하게 남기신 것 같다고 신부님은 목멘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유족들에게 했더니 유족들도 마음의 위안을 받으면서 당신 어머니께서 하느님 품으로 가셨음을 확신하며 장례도 잘 치렀다고 합니다.

주님 부활을 믿고, 산 이와 죽은 이의 통공을 믿는 우리에게 특별한 징표가 뭐 그리 필요하겠냐 싶지만, 때로는 이러한 놀라운 경험은 우리의 마음과 믿음을 견고하게 해 주는 듯합니다. 세상에는 이론과 공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참으로 많이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합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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