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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93) 행복한 착각

“주위의 작은 것부터 행복요소로 바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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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알고 지내는 50대 중반의 부부가 있습니다. 그 부부는 사랑하는 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하느님 품에 먼저 보내 슬픔을 이겨내고자 자매님이 꽃꽂이를 배운 후, 어느 수도원에서 꽃꽂이 봉사를 오랫동안 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수도원에 일이 있어 갔다가 ‘성모님의 밤’ 꽃꽂이 준비를 하고 계신 자매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자매님, 얼굴이 너무 밝아 보여 좋네요. 이곳 수도원의 수도자처럼 사는 듯하네요.” “아이고, 이곳 수사님들이 얼마나 저에게 잘해주시는데요.”

“에이, 무뚝뚝한 수사님들만 사는 이곳에서 그분들이 잘 해주면, 얼마나 잘 해주겠어요!” “아니에요. 여기 수사님들은 내가 꽃꽂이 하러 오면 얼마나 반겨주고, 친절하게 해 주는지.”

“그래요? 뭐, 간식이나 식사는 잘 대접해 주시나 보죠!” “에이, 그런 거 말고요. 이 말은 절대 비밀인데요.”

“무슨 말요?” “제가 여기 오면 이곳 수사님들이 저에게 늘 하는 말이 있어요. ‘자매님이 꽃꽂이를 하시면, 꽃들이 정말 질투하겠어요. 자매님이 꽃보다 더 마음도 곱고, 얼굴도 고와서! 꽃들은 세상에서 자기들이 제일 예쁜 줄 알고 있는데. 정말 실망하겠어요!’ 히히. 그런데 그 말이 농담인 줄은 알지만, 정말인 줄 알고, 착각하며 살아요. 제가 꽃보다 더 곱대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하늘나라에서 예쁜 꽃처럼 있을 우리 아들을 생각하면서 나도 이 꽃처럼 곱게, 곱게 살고 싶어져요. 착각이지만, 내가 꽃보다 더 예쁘기에, 나도 꽃보다 더 예쁘게 살고 싶어 꽃꽂이 하면서도 기도하게 되더라고요. 히히.”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서 시작한 꽃꽂이. 그리고 슬픔을 극복하고자 한결같이 꽃꽂이 봉사를 하는 그 자매님의 모습에 감탄한 수사님들의 진심어린 칭찬. 그 칭찬을 농담인 줄 알지만, 그 말을 진짜인 줄 알고 ‘행복한 착각’을 하면서 매일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는 자매님의 모습에서, 자매님 삶이 어쩌면 ‘천국 제대의 시들지 않는 꽃꽂이’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날마다 누군가로부터 인정받는 말을 듣기 위해서 몸부림치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평가를 듣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삶을 살기보다 가끔 누군가가 나에게 들려주는 한마디 ‘좋은 말’을 가슴에 새기면서, 비록 착각이라 할지라도, 그 말에 웃으며 행복을 느끼며 충실히, 긍정적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행복을 주는 착각의 말’, 어쩌면 시간이 지나면 그 말이 현실이 될 것 같습니다. 그 자매님의 삶이 ‘꽃보다 더 고운 것처럼’ 말입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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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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