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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적 삶으로의 초대Ⅱ] (2) 영성이란 무엇인가 (2)

그리스도교 영성의 출발점 ‘성경’, 영성은 생활 … 인간은 영적 성향 갖고 태어나, 반석 위에 집 지으면 우리의 삶 매일매일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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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은 생활이다. 봉쇄 수도원 생활만이 영성 생활이 아니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옷을 입으면서도, 화장을 고치면서도, 자녀 뒷바라지 하면서도, 공부를 하면서도 영성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영성이 어렵게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이유가 있다.

왜? 기본 원리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구구단을 모르면 수학이 힘들어진다. 영어 단어를 모르면 문법을 배우기 힘들다. 구구단을 외우면 수학을 할 수 있고, 영어 단어를 많이 암기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다. 테니스를 잘 치려면 먼저 몇 가지 기본 기술을 배워야 한다. 스마트폰도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부터 몇 마디 훈수 받을 때 쉽게 익숙해질 수 있다.

영성 생활도 마찬가지다. 간단한 기초를 터득하면 그 다음 단계로 쉽게 넘어갈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영성생활의 기반이 되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한다.

그 토대를 알기에 앞서 먼저 인간 본래의 특성부터 짚고 넘어가자.

인간은 문자를 발명하기 이전의 원시인 단계에서부터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영적인 그 어떤 것에 이끌렸다. 1940년 프랑스 아키텐(Aquita ine) 주의 몽티냐크(Montignac) 마을에서 라스코(Lascaux) 동굴이 발견됐다. 동굴 속에는 기원전 1만 7000년경의 벽화와 암각화 800여 점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었다. 들소, 말, 사슴, 염소 등 100여 마리의 동물들이 등장하는 사냥 그림이다. 그런데 이 벽화에 주술사의 모습이 보인다. 벽화가 위치한 지역도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동굴 가장 깊숙한 곳이었다. 벽화는 그려질 당시 허가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신성한, 영적인 장소에 그려졌다.

이처럼 인간은 본래적으로 영적인 성향을 가지고 태어난다. 이는 영성 생활이 맘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후 인류는 신화 안에서, 전설 속에서 신의 모습을 발전시켜 나갔으며, 마침내는 불교와 유교, 이슬람, 그리스도교 등 다양한 종교를 통해 영성을 체계화 했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도 영성 생활에서 예외가 아니다. 종교를 가지지 않은 이들도 늘 영성의 테두리 안에서 살았다. 인간은 누구나 겸손, 성실, 인내, 이웃에 대한 배려, 사랑, 자비, 예절, 협동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높은 가치로 여긴다. 이처럼 종교를 가지지 않은 인간도 영적인 성향에서 예외가 아니다.

이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성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각 종교들이 제시한 다양한 신학 혹은 교리 체계 때문이다. 부처가 터득한 진리는 이후 교리화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운 이론으로 체계화됐다. 깨달음이 경전화된 것이다. 이는 유교나 이슬람, 그리스도교도 마찬가지이다.

그리스도교 영성은 처음에는 예수님 말씀, 행적, 그리고 그 기록을 담은 성경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시대가 흐르면서 각 시대에 맞게, 여러 상황에 맞게 이해할 필요가 생겼고 이것이 복잡한 신학으로 체계화됐다. 진리인 하느님 계시가 그리스도론, 신론, 마리아론, 창조론, 종말론, 성사론 등으로 세분화돼 연구된 것이다. 이러한 연구들이 일상에서 실천적으로 체계화된 것이 교리다.

결국 그리스도교 영성의 뿌리는 성경이다. 여기에서 신학이 나왔고, 교리가 전승됐다.

그리스도교 영성의 출발점은 성경이다. 우리의 영성은 따라서 성경에 토대를 두고 있어야 한다. 교회 역사 안에서 발전된 다양한 영성들은 모두 성경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의 영성도 성경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반석이 튼튼해야 그 위에 짓는 집도 튼튼하다. 성경이 중요한 이유다.

어떤 이들은 ‘종교를 믿지 않아도 착하게 살면 된다’‘겸손하고 이웃에게 배려하는 삶을 살면 성당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석이 없으면 쉽게 무너진다. 왜 겸손하게 살아야 하는지, 왜 착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원리를 알아야 한다. 그럴 때 어떤 비바람이 불어도 끄떡하지 않는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다.

반석 위에 집을 지으면 우리의 삶은 매일매일 변화된다. 매일 아침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내일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바보다. 영성 생활은 그 하루에 엄청난 행복과 설렘을 만끽하게 한다. 내일은 참으로 소중하고 귀하다. 다시 한 번 말한다. 내일이 주어진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는 사람…. 바보다.


정영식 신부 (효명고등학교 교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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