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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02) 사랑을 겸비한 좋은 가치관

상대의 가치관으로 자신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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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귄지 1년 정도 되는 젊은 연인을 세 번 정도 만나 면담한 적이 있습니다. ‘사귄지 1년 정도 되었는데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없으니 헤어져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찾아 왔답니다. 서로가 느낀것을 말해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여자 친구가 먼저 말했습니다.

“이 사람은 표현을 잘 안 해요. 가끔 전화할 때마다 일부러 안 받는 것 같고, 문자를 보내면 자주 답신이 없어요. 그럴 때 화도 나지만, 안 그런 척하며 무슨 일 있는지 물어보면, 뭐 아무 일도 아니라고 말해요. 그럼 더 화가 나요. 이 말은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말처럼 들려요. 이 사람을 정말 행복하게 해 주고 싶고, 기쁘게 해 주고 싶은데, 바뀌겠지 했지만, 늘 그대로예요!”

훌쩍이는 여자 친구를 보며, 긴 한 숨을 쉬던 남자 친구가 말했습니다.

“바쁜 일이 있을 때 전화오면 못 받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큰일 나요! 얼마나 따지고 묻는지! 그리고 문자 보냈는데 답신이 없으면, 그날 하루 종일 삐쳐있어요! 직장생활하면, 바쁜시간에는 일일이 답장하기 어려울 때가 있잖아요. 그리고 중요한 건, 내가 이 친구를 사랑한다는 사실은 하늘도 알고, 땅도 아는데…. 정작, 저 사람만 모르는 것 같아요. 아니, 내가 자기를 사랑하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서로에 대해서 믿음이 없다면, 이젠 그만 만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옳고 그름’에서 오는 공(公)과 사(私)를 항상 구분하며 사는 남자 친구와 ‘좋고 나쁨’에서 오는 사랑과 연민, 배려와 공감을 삶의 가치로 사는 여자 친구를 보면서, 간단한 검사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고,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서로를 잘 알고자 찾아온 두 사람이 기특하면서도, 우리 주변에 이미 결혼을 해서 살고 있지만 가치관의 차이로 갈등하며, 힘들게 사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서로 각자, 중요한 가치관을 갖고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때론 그 좋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만나, 그 좋은 가치관 때문에 살면서 부딪칠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쉽사리 바뀔 수 없는 가치관이지만, 어쩌면 ‘사랑’ 때문에 조금씩 수정은 가능하리라 봅니다. 즉, 사랑하는 사람에게만은 조금은 유연하고 부드럽게, 그리고 내 가치관을 잠시 놓고 사랑하는 사람이 가지고 살아가는 그 가치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는 노력들은 궁극적으로 ‘사랑의 유연함’을 겸비한 참 좋은 가치관으로 변화되는 출발점이 됩니다. ‘나의 가치관’은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부터 ‘사랑’의 힘을 믿고 가치관을 좀 더 유연하게 바꾸려는 노력, 결국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좋은 선물입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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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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