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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적 삶으로의 초대Ⅱ] (7) 영성이란 무엇인가 (7)

특수한 영성은 근본·개인적 영성 잇는 다리/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하느님간의 직거래/ 공동체는 개개인의 영적 성화 위해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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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왜 존재할까. 본당 사목은 왜 생겨났을까. 수도회는 왜 필요할까. 하느님은 왜 레지오 마리애와 ME, 꾸르실료와 같은 신심 단체들을 섭리하셨을까. 간단하다. 바로 ‘나’ 때문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나’를 통해 하느님 나라를 완성하기 위해서다.

특수한 영성은 근본적 영성과 개인적 영성의 다리 역할을 한다. 수도회 자체가, 신심 단체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근본적 영성과 개인적 영성의 징검다리가 되기 위해 특수한 영성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특수한 영성의 지도자들은 개인적 영성이 잘 구현될 수 있도록 신자 개개인을 인도해야 한다.

본당 신부도 마찬가지다. 본당 사목을 하는 이유는 신자 개개인을 위해서다. 신자 개개인을 근본적 영성으로 인도하기 위해서다. 물론 이를 위해 본당 특성에 맞는 특수한 영성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 본당마다 환경과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본당은 사회복지에 힘쓰고, 어떤 본당은 성경 읽기 운동을 도입하는 것이다. 주교좌 본당과 농촌 본당의 사목 방향은 그래서 다를 수밖에 없다. 성전 건축을 시작하는 본당과 이미 성전을 가진 본당의 사목 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본당이 가진 본질적 역할을 잊어선 안 된다. 신자 개개인의 영적인 성장에 관한 문제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본당이든 수도회든 평신도들의 영적 성화를 구현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만 중요하고 공동체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가 존재하는 이유가 개인에게 있다는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하느님’간의 직거래다. 공동체 지도자와, 본당 사목자와 신자의 직거래가 아니다. 그런데 주위를 보면, 이 직거래를 가로막는 지도자를 간혹 보게 된다. 자신도 직거래하지 못하면서, 신자들의 직거래마저 가로막는 이들이 많다.

본당 신부와 수도회 장상, 신심단체 회장은 모두 봉사자다. 물론 봉사자는 영예로운 자리다. 하느님의 도구가 되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영광스러운가. 하지만 하느님의 도구가 도구의 역할을 못할 때는 그만큼 책임도 크다.

공동체를 이끌 때는 ‘내 뜻대로’가 없다. 오직 ‘하느님 뜻대로’ 해야 한다. 하느님은 신자 각자에게 독특한 능력을 주셨다. 모든 신자들에게 영적인 성향을 미리 형성시켜 놓으셨다. 이 영적인 성향을 발견하고 구체화하는 것이 바로 영성생활이다. 이렇게 본당과 수도회, 신심단체 등 특수한 영성들은 신자 개인의 영성생활을 풍요롭게 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공동체 지도자들은 인간 개개인에 대한 배려보다 공동체를 더 중요시하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러기에 지도자들은 공동체를 중요시하는 목적 자체가 개개인의 영적 성화를 위한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

예수님의 예를 들어 보면 이는 명확해 진다. 예수님께선 손가락 하나로, 한 번에 인류 전체를 다 변화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그러지 않고 직접 십자가 위에 못박혀 돌아가셨을까. 인간 개개인의 자유의지가 더 의미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스스로도 상상하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영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 공동체는 개개인이 이 능력을 발견하고 하느님 대전에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개인적 영성만큼 중요한 건 없다. 근본적 영성과 특수한 영성은 늘 개인을 존중하면서 개인을 살리는 쪽으로 작용해야 한다. 화살표는 개인적 영성을 향하고 있다. 만약 이렇게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공동체 지도자의 역량이 잘못된 것이다. 실제로 교회 역사 안에서 그동안 잘못된 지도자들에 의해서 수많은 영혼들이 잘못된 길을 걸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이 글을 읽을 모든 ‘나’를 위한 것이다. 교회 조직이나 신심 단체가 필요한 것은 이 시간에도 영적인 고통을 받고 있을 수많은 ‘나’ 때문이다.

개인이 하느님과 일치될 수 있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개인이 공동체로 인해 고통 받는다면 이는 뭔가 잘못된 것이다.

본당과 수도회, 신심 단체 등 특수한 영성은 신자 개인에게 스트레스(stress)의 ‘S’를 주어선 안 된다. 영적인(spiritual) ‘S’를 주어야 한다. 개인적 영성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가 보자.


정영식 신부 (효명고등학교 교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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