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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적 삶으로의 초대Ⅱ] (8) 영성이란 무엇인가 (8)

‘근본·특수 영성’ 각 개인마다 다르게 표현/ 유일회적 존재인 인간 각자 신앙·믿음 표현 달라/ 영성적 삶은 인격 주체로서의 개인을 통해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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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어려운 말 하나 하자. 모든 인간은 유일회적(唯一回的) 존재다. 이 말이 도대체 뭔가. 복잡한 철학적 의미를 쏙 빼고, 단순화 시키자면, ‘이 세상에서 나는 오직 하나밖에 없다’는 의미다.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것을 왜 그렇게 어렵게 말하냐고? 사실 영성을 논할 때 인간이 유일회적이라는 개념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없다. 나와 똑같은 인간은 이 세상에 없다. 인간이 존재한 이후, 아니 천지 창조 이후 나는 오직 하나다.

하나로 일치된 부부가 바가지 던지며 싸우는 것도 실제로는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너는 너고, 나는 나다. 거룩한 수도회 안에서도 성격이 맞지 않아 갈등하는 수도자들이 많다. 신부님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과 인간관계가 원만한 것이 아니다. 이는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다르기 때문이다. 나와 네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와 너의 성격이 맞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부부가 싸우는 것도 따라서 정상이다. 완전히 다른 ‘나’와 ‘나’가 만나 함께 살아가는데 어떻게 갈등이 없겠는가.

따라서 신앙 혹은 믿음 하나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도 개인마다 다르다. 희망과 사랑을 표현하는 것도, 기도도, 은총 체험도 모두 다르다. 이제 막 세례를 받은 90세 할아버지의 기도와 신학을 전공한 30대 청년의 기도는 다를 수 있다. 주님의 기도 하나만으로 충만감에 사로잡히는 사람이 있고, 관상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만나는 사람도 있다. 성체 조배에 감동하는 사람이 있고, 영적 독서에 매료되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는 산책하는 행위 자체로 충만한 기도에 도달하는 사람도 있다.

근본적 영성과 특수한 영성은 이렇게 각 개개인의 기질과 삶의 환경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 따라서 본당에 4000명의 신자가 있다면, 4000명의 다른 영성이 있다고 보면 된다. 유일회적 인간은 그렇게 소중하다.

청빈의 삶 하나만 봐도 그렇다. 청빈의 진정한 의미를 알면 돈이 많고 적고가 문제가 아니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도 진정한 청빈을 실천할 수 있고, 돈이 없는 사람도 청빈과 거리가 먼 삶을 살 수 있다.

이 말은 우리가 한 공동체를 총괄적으로 영성화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한 지도자가 공동체 전체를 이쪽으로 혹은 저쪽으로 몰고 갈 수 없다는 의미다.

공동체 지도자는 개인의 특수성을 고려하면서 근본적 영성으로 늘 연결시켜 주는, 교회의 근본적인 가르침과 연결시켜 주는, 특수 영성의 꽃을 피우는 방향으로 봉사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공동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공동체는 개인을 성장시키는데 도움을 줘야지 공동체 그 자체가 중심이 되어 개인의 유일회적인 삶과 영성을 방해해선 안 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이런 원리를 잃어버리는 것을 두고 우리는 소위 세속화라고 말한다. 하느님의 뜻, 예수님의 뜻을 잃어버리고, 내 뜻을 앞에 세우는 것이다.

개인을 보호해 주기 위해서는 간부가 많이 필요하니까 부지역장, 부구역장, 부반장, 총무, 많이 뽑는 것이다.

영성화(영성적 삶)는 언제나 인격 주체로서의 개인 안에서 그리고 개인을 통하여 발생한다. 왜냐하면 성령은 오로지 개인적인 인간의 영들 안에서, 그리고 그러한 영들을 통해서 말씀하시고 계시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개인의 영성화를 위한 요구가 공동체 전체를 영성화하고자 하는 시도에 의해서 경시되거나 대체되어선 곤란하다.

개인은 하느님께서 굉장히 신비스럽게 만들어놓은 존재들이기 때문에 인간은 어느 누구도 파악을 못한다. 만약 오늘 어렵게 파악했다고 해도, 내일 달라지는 것이 인간이다.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 아니다. 가치를 같이 만들어 가는 공동체다.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한다는 차원에서 일심동체(一心同體)다. 어떤 가치? 남편의 가치? 아내의 가치? 아니다. 하느님의 뜻을 같이 찾아가는 거다. 하느님의 뜻을 찾아나가는데 같이 협력해 나가는 거다.

지금까지 근본적 영성, 특수한 영성, 개인적 영성에 대해 살펴봤다. 이제부터는 개인 영성생활의 최고 경지라고 일컬어지는 주부적 영성에 대해 알아보자.

그 경지의 황홀함이 지금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정영식 신부 (효명고등학교 교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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