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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04) 인내 속에 싹튼 깊은 신뢰 (1)

신뢰 회복 위한 그들만의 부자(父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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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인 아들과 아빠의 관계가 악화되어 집에서 거의 대화가 없는, 한마디로 ‘관계의 평행선’ 상태인 가족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아빠는 나름 아들에게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런중에도 그 아들은 허공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객관적인 입장이라는 엄마의 말을 들어보면 “남편이 아들에게 정말 잘하려고는 하는데 남편의 성격이 너무 곧고, 직선적이며 자기 원칙이 철저하다 보니 아들에게 늘 명령하듯 말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몇 달 전부터 그 아빠는 아들과 관계 개선을 하고 싶었지만, 아들의 뇌리 속에 박힌 ‘아빠는 늘 명령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실 그 아들은 초등학교까지는 얌전하게 말도 잘 듣고 착했고 공부도 잘 했었지만, 중2 후반부터 서서히 아빠의 말에 반항하기 시작하더니, 중3이 된 후 최근 몇 달 동안은 아빠와는 아예 말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가족이 있는 자리에서 ‘부자(父子)만의 3박4일 여행’을 제안했습니다. 사실 그 결정을 따라주기에는 가족 모두가 쉽지 않았지만, 우선 아빠는 아들과 어떻게 해서든지 대화의 물꼬를 트고 싶어 그 여행 제안에 동의를 했고, 부담스러워하던 아들 역시 몇 번을 달래고 달래서 결국 동의를 받아냈습니다.

저는 그 여행 조언자로서 몇 가지 여행의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째, 우선 아들이 원하는 곳으로 갈 것, 둘째, 아들이 원하는 계획을 존중해 줄 것, 셋째, 여행지에서는 하루에 한 시간 이상 반드시 서로에게 그날 하루의 느낌을 나눌 것. 그러면서 아빠에게는 아들이 자기를 개방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다림을 강조했고, 아들에게는 여행의 책임자로서 스스로 ‘책임감’과 ‘배려’에 초점을 두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여행’을 제안했던 제 마음 속에는 좀 더 구체적 의도가 있었습니다. 사실 작년, 그 아들은 몇 번이나 저를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야기가 잘 통해 취미나 운동, 엄마, 학교 친구와 선생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스스럼없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몇 번의 이야기 그 어디에도 ‘아빠’의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마치 ‘아빠’가 처음부터 없는 듯 말입니다. 그래서 여행을 통해서나마 아빠와 아들이 서로를 다시금 좀 더 생각할 수 있고, 특히 아들은 아빠의 존재감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여행 계획’을 준비했던 것입니다. 그 후, 조금 마음이 열린 아들은 아빠에게 이것저것 묻기도 하면서, 나름 계획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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