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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적 삶으로의 초대Ⅱ] (10) 영성이란 무엇인가 (10)

‘변화’ 체험하려면 하느님께로 초점 맞춰야/ 주부적 영성은 영성생활의 최고 형태/ 단순하게 하느님의 이끄심에 응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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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적 차원의 영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로 하자.

첫째, 주부적 영성은 영성생활의 최고 형태이다. 인간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탑이다. 인간 노력에 의한 기술적, 전문적 접근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러한 노력들이 낮은 단계의 성취를 보장해 준다면, 주부적 영성은 최고 단계의 성취에 이르게 한다. 이 단계에서는 자동(automatic)으로 움직인다. 하느님께서 자동으로 직접 인도해 주신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뛰어난 영성가라고 해도, 주부적 영성을 체험했다고 해도 이러한 자동의 관계가 24시간 풀가동 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여기서 인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을 갈고 닦아서 은총의 터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그 터 위에 엄청난 은총의 비를 내리신다.

둘째, 주부적 영성은 일체의 특수하고 개인적인 표현 형태들을 뛰어넘어서 궁극적인 단순함에 이르는 것이다. ‘궁극적인 단순함’. 이 말이 중요하다. 성인 성녀들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단순함’이다. 그 분들은 복잡하지 않았다. 하느님의 뜻을 복잡하게 따지면 갈등이 일어나고, 고민만 쌓인다. 따지지 않고 그냥 알아들으면 된다. 예비신자에서 성인으로 나아가는 단계는 복잡함에서 단순함으로 나아가는 단계다. 똑똑하고 계산적이고, 분석적인 태도는 영성생활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함에서 오는 행복, 단순함에서 오는 충만함을 만끽하는데 방해물이다. 일반화시키기에는 무리가 있긴 하지만, 보통 사회적 지위와 성취를 중요시하는 남성은 그 논리적인 태도 때문에 하느님과 가까워지기가 힘들다. 하지만 여성은 감성적이고, 모성애적 사랑의 토대를 가지고 있다. 베드로에게 “장애물” “사탄”이라고 말했던 예수는 여성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예수님의 뜻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극한 단순함의 경지를 이룬 분들이 바로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 십자가의 성 요한, 소화 데레사, 프란치스코 등과 같은 분들이다. 이분들은 공부를 많이 한 분들이 아니다. 이런 분들은 하느님과 직통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었던 분들이다.

여기서 우리는 ‘초점’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부적 영성의 초점은 바로 하느님 자체다. ‘나’는 교육에 의해, 환경에 의해, 주관에 의해 수시로 변한다. 인간은 각자의 교육과 환경, 주관에 의해 시시각각으로 다른 입장을 드러낼 수 있다. 초점이 흐리다. 변하지 않는 초점, 핵심은 하느님이다.

신비신학, 관상, 주부적 영성을 체험하게 되면 하느님이 초점이라는 걸 깨닫게 되고, 하느님에 의해 ‘변화되는 나’를 체험하게 된다. 초점만 확실하면 된다.

많은 이들이 하느님(초점)을 알고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 하느님을 알고 보면 ‘나를 위한 하느님’일 경우가 많다. 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다른 가족을 무너뜨리고, 내 성취를 위해 다른 이의 성취를 깎아내리고, 내 명예를 위해 다른 이의 명예를 더럽힌다. 그러면서 “나는 하느님의 일을 한다”고 한다. 교회 내에는 이런 사람들 때문에 고통 받는 이들이 많다. 그렇다면 이렇게 타인에게 고통 주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내 방법’으로 해선 곤란하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냅둬(내버려 둬) 영성’이다. 하느님에게 초점이 맞춰진 사람은 ‘냅둬 영성’이 가능하다. 내가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하느님께서 하시게 해야 한다.

나는 하는 데까지 하고 계속해서 겸손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뿐이다. 그래도 안 되는 사람들은 ‘냅둬야 한다’. 여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희생도 필요하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자유고, 평화다. 나는 내 할 일이 많다. 왜 다른 사람한테만 신경 쓰고 시간 다 바치고 허비하는가. 내 할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할 일을 해야지 주부된 영성의 단순함에 들어간다. 다른 생각하며 복잡하게 살 필요 없다. 안타까운 사람에게는 해 줄 수 있는 데까지 좋은 방법과 기도와 희생을 바쳐주고, 나머지는 하느님께 맡기면 된다. ‘초점’ 하느님은 ‘나’에게 계속 다른 일을 주신다. 하느님의 일은 하느님께 맡겨 드리고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해야 한다. 다른 데 신경 쓸 틈이 없다. 주부적 영성은 모든 초점을 ‘하느님’께 맞추고, 나를 그쪽으로 정향시키게 한다.

우리는 번뇌를 가질 필요가 없다. 하는 데까지 하고 안 되면 그분께 맡겨 드리면 되는 거다. 맡겨 드리면 그분께서 나한테 일 주신다. 그 일 하는 거다. 자유스럽게 평화스럽게 행복하게…. 기분 좋게, 웃으면서….


정영식 신부 (효명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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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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