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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적 삶으로의 초대Ⅱ] (11) 영성이란 무엇인가 (11)

모든 영성, ‘교의(敎義)’ 통한 검토 필수/ 영성은 꿈이 아니라 현실에 든든히 뿌리 내려야/ 근본적인 영성 빗대어 특수·주부적 영성 분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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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가톨릭 영성의 큰 줄기라고 할 수 있는 근본적 영성, 특수한 영성, 개인적 영성, 주부적 영성에 대해 살펴봤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빠트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교회의 교의(敎義)다. 모든 영성은 교의를 통한 검토가 필요하다. 신자 개개인이 체험하는 영적인 체험들은 교의의 검토가 필요하다.

주부적 관상의 단계에 들어가면 그동안 일상생활에서는 체험하지 못한, 신비스런 영감을 받을 수 있다. 우리가 늘 접하는 소설책이라든가 문학책에서 체험하지 못한 색다른 경지를 느끼게 된다. 하느님을 갈망하게 되고, 합치에 대한 강한 원의를 일으킨다.

이는 반드시 하느님이 눈앞에 보이고, 성모님이 나타나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주부적 영성을 통해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식사를 하면서, 테니스를 치면서, 공부를 하면서, 등산을 하면서 하느님에 대한 강한 체험을 하고 또 그분을 향한 갈망을 기도드릴 수 있다.

이럴 때 느끼는 신비스러움은 교의의 점검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교의는 도대체 뭔가. 쉽게 말해 예비신자들이 세례를 받기 위해 배우는 내용이라고 보면 된다. 예비신자 교리를 우습게보면 안 된다. 이 교리야말로 근본적인 것이고,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예비신자 교리는 두 번 세 번 들어도 부족하지 않다. 예비신자 교리 공부는 유치원 졸업하면 끝내듯이 하는 그런 공부가 아니다. 근본적 가르침인 만큼 죽을 때 까지 안고 가야 하는 그런 교리다. 내가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예비신자 교리교사를 꼽는 것도 그들이 가장 근본적인 것을 매일 접하고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러한 교리, 교의, 성서는 영성의 바로미터다. 우리 각자의 영성은 모두 이러한 기준들에 맞는지 늘 검토 점검되어야 한다. 왜 그럴까. 자칫 환상의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악마는 악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선을 가장해 다가오기도 한다. 꿈은 현실과 연결된 꿈이어야 한다. 영성은 환상과 꿈이 아니라 현실에 든든히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한다.

영적 체험은 저 높으신 분이 주시는 것이니까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영적 체험은 분명히 신중히 다뤄져야 하고 분별이 필요하다.

요즘 사적 계시를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자신이 체험한 영적 내용에 대해 ‘사적 계시’ 운운하며 유포시키는 이들도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공적 계시도 모르면서 무슨 사적 계시를 말하는가. 성체를 모신 성당보다 더 중요한 곳이 어디 있는가. 교회의 눈을 피해 가정집에서 안수한다고 모이고, 치료 은사를 베푼다고 모이는 것은 모두 분별이 잘못된 것이다.

여기서 또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이 특수한 것이고, 개인적인 것이고, 주부된 것인가를 분명하게 아는 것이다. 분별해야 된다. 이 모든 영성은 근본적 영성에서 나온 것이다. 근본적 영성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앞에서 말했지만 예비신자 교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예비신자 교리 때는 성서를 가르치고 성서 안에서 하느님이 어떤 분인가를 가르친다. 또 예수님께서 세우신 교회가 무엇인지, 그 교회를 통한 7성사가 무엇인지 가르친다. 이러한 근본적 영성의 토대 위에서 개인적 영성도 나오고, 특수한 영성도 나오고, 주부적 영성도 나오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 더 이야기 할 것이, 영성지도(spiritual guidance)다. 모든 분별은 역시 영성지도를 통해 이뤄져야 하고, 영성지도자 자신도 분별되어야 한다. 영성지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 주는 것이다. 그래서 영성지도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영성지도자는 자칫 자신의 신앙적 체험을 강요할 수 있다. 상대방은 나와 다르다. 내가 레지오 마리애 영성에 대한 귀한 체험을 했다고 해서 다른 이에게 그 특수 영성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이제 갓 자라나는 앳된 신앙인의 성장판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자칫 상대방이 가진 무한한 영적 잠재력을 망칠 수 있다. 상대방은 기질도 다르고 태어난 환경도 다르고 자라난 교육과정도 다르다. 진정한 지도자는 오직 한 분이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영적 지도자 혹은 신앙 선배는 자신이 전면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사실을 늘 경계해야 한다. 자신의 방식이, 자신의 체험이 모든 사람들에게 반드시 유익한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적 지도를 받는 사람은 자칫 지도자의 복사본이 될 수 있다.

영적 지도자 문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정영식 신부 (효명고등학교 교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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