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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06) 인내 속에 싹튼 깊은 신뢰(3)

3박4일 여행으로 얻은 아들과의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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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여행 감사하다’는 말과는 달리 참담했던 두 남자의 여행 이야기를 들으면서 걱정되는 마음에 ‘아들이 원래 아무런 계획을 안 짰느냐?’고 물었습니다.

“계획이요? 물놀이, 등산이 있었는데 그냥 잠깐이었어요. 남는 시간은 멍하니 있는 거예요. 사실 마음으로는 너무 화가 났지만 ‘화 내지 말자, 그리고 참자!’라는 말만 수백 번씩 되새겼어요. 그러다 나흘이 지나 아무 일 없는 듯 여행은 끝났지요. 은총은 마지막에 터지더군요.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복잡한 마음 때문에 그냥 잠이 들고 말았어요. 그러다 얼마쯤 잤을까! 화들짝 깨어 눈을 떴더니, 아들이 차창 밖을 보면서 울고 있는 거예요.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미안하다’며 천천히, 지난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사실 ‘학교에 왕따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를 몇 번 도와 준 적이 있고, 그러다 보니 알게 모르게 자신도 왕따가 되더라’는 거예요. 이런 상황이 너무 힘들어 아빠에게 묻고 싶었지만 왠지 아빠는 왕따 친구를 친구로 삼은 것 자체를 야단칠 것이라 생각이 들더래요. 그 후로 학교도 싫고, 공부도 싫었던 거예요. 그 말을 듣고 ‘그런 마음도 모르고 공부 안 한다 야단만 친 내가 미안하다’면서 눈물을 닦아 주고, 등을 두들겨 주었어요. 그랬더니, 아들 녀석, 내 품에서 한참을 우는 거예요. 어찌나 마음이 찢어지고 아픈지 그만 같이 울고 말았어요. 달리는 기차 안에서 부자가 서럽게 엉엉 울었어요.”

“와우, 최고의 순간이었겠어요!”

“정말 그랬어요. 그날 밤 집에 돌아온 아들이 이번 여행 계획, 잘 짜고 싶었지만 혹시나 아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괜히 싫더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여행 동안 한 번도 화를 내지 않는 것을 보면서,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했대요. 사실 아들 녀석은 3박4일 동안 제 행동 하나, 하나를 유심히 지켜 본 거예요. 그런데 야단을 치거나 명령을 내리지 않는 아빠를 보면서, 왠지 아빠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더라는 거예요. 그런 자신이 더 화가 나서,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있었던 거래요. 녀석, 하하하!”

이 땅의 아빠들! 요즈음 다 컸다 말하는 아들과 대화가 안 되어 힘들 때가 많으시죠? 하지만 아들 역시, 대화 안 되는 아빠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답니다. 이럴때 남자답게 마음 든든히 잡고, 진득한 끈기를 가지고 아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속으로 울화통 터지고, 답답하지만, 아들 말에 화 내지 않고 끝까지 들어 주세요. 그러면 아빠들이 보여주는 남자다운 인내심으로 인해 부자지간에 끈끈한 신뢰가 생기게 됩니다. 아빠들, 아들과 함께 멋진 도전, 한 번 해 보시지 않겠어요?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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