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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적 삶으로의 초대Ⅱ] (12) 영성이란 무엇인가 (12)

위대한 스승은 오직 하느님 한 분이시다/ ‘나’ 통해 하느님의 섭리·모든 영성 드러나고 펼쳐져/ 개인 차이 인지하고 무조건적 영성체험 강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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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신앙인을, 혹은 새내기 수도자를 이끄는 영적지도자는 위대한 스승은 오직 한 분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진정한 지도자는 내가 아니라 하느님 한 분이심을 알아야 한다. 스스로 체험하고 깨달은 아름다운 진리를 알려주는 것은 좋다. 또 나는 어떤 아름다운 신적, 영성적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체험을 절대화해서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른 사람을 나 자신의 복사본으로 만들려 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영적지도자는 자신의 엄격한 생활방식을 과도하게 주입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엄격하게 살고 있다고 해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이들에게 이를 강요한다면 자칫 죄책감과 나약함을 유발시킬 수 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당신에게 이끄시는 방법은 인류의 숫자만큼 많다. 따라서 영적지도자는 자신의 방법을 다른 사람에게 무조건 강요해서는 안 된다.

영적지도자가 빠지기 쉬운 또 다른 유혹은 ‘유익하지 않다’고 느끼는 상황들(과도한 활동, 과도한 겸손) 안에서‘넌 지금 행복해’ ‘넌 이대로 하면 큰 성취를 이룰 수 있어’ 라며 잘못된 인도를 하는 것이다. 또한 수도원에서 볼 수 있는 사례 중 선배 수도자가 후배 수도자에게 “넌 꼭 이런 체험을 해야 해” “넌 이렇게 해야 진정한 수도자야”라고 말하는 경우다. 밀어붙여선 곤란하다. 자발적 체험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훌륭한 영적지도자는 마음속에서 불길이 저절로 타오르도록 한다.

건강한 정신과 영적 토대를 가진 사람이 수도회에 입회해서 혹은 가톨릭 신자가 되면서 스스로를 불구화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많이 지켜봤다. 인생살이에서 건강한 삶을 살았던 사람은 이미 영성적 삶을 살았던 이들이다. 그들이 하느님을 알았건 몰랐건 건에 그들은 이미 영성의 신비 우산 속에서 있었던 이들이다. 그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거나, 나약한 병자로 몰락하게 해서는 안 된다.

영적지도자, 영성 교사, 예비신자 교리교사, 사제, 수도자, 평신도 지도자들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이들은 늘 자신을 반성해야 한다. “내 것을 혹시 너무 강요하지는 않는가” “나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보편화시키는 것은 아닌가” “나의 묵상을 절대화시켜서 끌어가고 있지는 않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늘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야 한다.

그래서 교회는 영적지도자에게 영성 상담을 많이 받을 것을 권고한다. 잦은 영성 상담을 통해 자기 과신에 떨어지지 않는지 성찰해야 한다. 지도자가 잘못된 길로 빠지면 그 밑에 있는 이들은 모두 함께 잘못된 길을 걸어갈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내가 해야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지도자 자격이 없다. “나는 할 수 없다”라고 생각하라는 말이 아니다. 겸손한 사람은 순명하고 받아들인다. 그래서 늘 Yes라고 말한다. “내가 해야 한다”가 아니라 “주시는 일을 받아들이겠습니다”가 되어야 한다.

영적지도자가 해야 할 일은 모든 인간이 영적인 꽃을 피우게 돕는 것이다. 인간만이 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잘 살려고 하고, 좋은 생각을 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모두 영적인 삶에 대한 갈망이다.

신앙생활 처음에 선택했을 때 우리는 스스로 신앙을 원해서 선택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신앙의 좀 더 깊이 있는 차원을 들어가다 보면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가 그분께서 태어나도록 해 주셨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 내가 신앙생활을 시작한 것도 그분께서 섭리해 주신 것이고 내가 지금까지 성장한 것도, 지금까지 좋은 삶을 살았던 것도 모두 그분께서 해 주셨기에 가능했음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우리는 그분과의 합치, 일치를 갈망하게 된다. 이것이 일생을 통해 깨달아 가는 삶 안에서의 관상이다.

문제는 근본적 영성이든 특수한 영성이든 주부적 영성이든 이 모든 것이 모두 ‘나’를 통해 일어난다는 점이다. 나의 삶을 통해 하느님 섭리의 위대함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내가 그렇게 살아야 한다. 남이 나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다. 이점에서 우리 각자의 개인적 영성은 영성의 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꽃을 든 우리 각자는 함께 손을 잡고 하느님 대전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

이제부터는 이 개인적 영성의 꽃을 일상 안에서 어떻게 피워야 하는지, 그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정영식 신부 (수원교구 군자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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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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