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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적 삶으로의 초대Ⅱ] (13) 영성이란 무엇인가 (13)

올바른 영성 위해 ‘분별’·‘정화’ 필수/ 신앙선조 영성이론 바탕으로 실생활에 실천하고/ 본능 아닌 근본적 영성 따르며 영성적 삶 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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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골짜기가 있다. 이 깊고 깊은 골짜기에서 물이 끊임없이 아래로 흘러내린다. 또 골짜기가 끝나는 부분에 논과 밭이 펼쳐져 있고, 그 가장자리에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논과 밭은 골짜기 물을 끌어들여야 농사가 가능한 살아있는 땅이 된다. 또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라면 당연히 골짜기의 물을 끌어 식수로 사용하려 할 것이다. 이것은 상식이다. 골짜기 물을 사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그냥 흘러가 버린다. 사용하지 않고 흘러가 버리는 물은 논과 밭, 사람에게 의미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골짜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을 어떻게든 효율적으로 사용하려 노력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물을 이용해 논과 밭을 살아있는 생명의 땅으로 만들려 한다. 그래야 인간이 생존할 수 있다.

영성도 마찬가지다. 근본적 영성의 물줄기는 언제 어디서나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문제는 이 물줄기를 우리의 논과 밭, 집으로 끌어들여 충만하게 사용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있다. 이 물을 받아쓰지 않으면 논과 밭은 황폐화된다. 이 물을 사용하지 않으면 목마르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이 골짜기 물을 좀 더 잘 받아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우선 고랑을 파야 한다. 물줄기를 나의 밭과 논, 집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좀 더 여유가 있다면 저수지를 만들 수도 있다. 여건이 된다면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다목적 댐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저수지와 댐에 가둬둔 물은 가물 때 유용한 식수원이 되고, 농업용수가 된다.

저수지를 어떻게 만들까, 댐은 어떻게 만들까, 어느 지역에 댐을 만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까, 또 댐과 저수지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등등이 바로 영성적 삶을 다루는 이론들이다. 이는 대영성가들과 순교자들, 위대한 교회학자들이 앞서서 해 놓은 작업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론이 바탕이 될 때, 우리는 실천적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다. 준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성적 차원의 이론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앉아서 물을 달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렇게 이론을 바탕으로 ‘영성적 삶’이라는 실천이 가능해진다.

저수지의 물을 받아쓰는 것, 이것이 바로 실천이다. 저수지가 있어야 가물 때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영성에 대한 이론적 체계가 있어야 우리는 영성적 삶이라는 실천적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다.

골짜기에서 물이 쉼 없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근본적 영성도 끊임없이 우리에게 흘러오고 있다. 그만큼 하느님은 인간이 근본적 차원에서 영성생활을 할 수 있는 힘을 주셨다. 미리 섭리해 놓으셨다.

그런데 정작 인간은 근본적 영성이 아닌, 본능에 따르는 삶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주체성을 가지지 못한 이들(신앙이 없거나, 신앙이 있어도 진정한 영적 성장을 성취하지 못하는 이들)과만 어울리다 보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사회 분위기에 편승하고, 세속화 된다면 우리는 맑은 물을 마실 수 없게 된다.

많은 이들이 골짜기 위 산 정상으로 놀러간다. 그리고 산 정상에서 오물을 마구 버린다. 그러면 어떻게 되겠는가. 골짜기의 물은 이내 오염되고, 쓰레기가 가득한 물이 된다. 이런 물은 쓸 수 없다. 쓰지 말아야 한다. 자칫하면 논과 밭을 망치고, 식수로 사용할 경우에는 몸도 망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하게 대두되는 개념이 있다. 바로 ‘분별’과 ‘정화’다. 우리는 골짜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이 쓰레기 가득한 오염수인지, 진정한 근본적 영성의 맑은 물인지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쓰레기는 건져내고, 맑은 물로 정화시켜야 한다. 그 맑은 물로 저수지와 댐을 채워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분별과, 분별을 바탕으로 하는 정화 노력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두루뭉수리’가 많다. 많은 이들이 ‘어렵게 이것저것 따지는 것이 힘들어. 대충 이 정도 신앙생활하면 되지 뭐’라고 생각한다.

두루뭉수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골짜기에서 쓰레기 물이 떠내려 올 때,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다 같이 힘을 모아 물을 맑게 만들고, 그 맑은 물을 저수지와 댐에 저장해야 한다. 그래야 목마를 때 언제든지 시원하게 물을 들이켤 수 있다. 그래야 논과 밭의 생명체도 살려낼 수 있다.


정영식 신부 (수원교구 군자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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