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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적 삶으로의 초대Ⅱ] (17) 계시에 대해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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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은 건강을 해친다. 성경 공부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좋아하는 내용만 뽑아서 해석하는 편식은 영적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바실리우스, 베네딕도 등 교회의 영성 스승들은 이러한 위험성을 누누이 지적해 왔다.

과부가 전 재산을 바쳤다는 성경 구절을 예로 들며, 신자들에게 전 재산 헌납을 강요해선 곤란하다. 성경 편식의 대표적 사례다. 실제로 성경은 죽음, 구원 등의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구절을 단편적으로 인용할 경우, 그 파괴력은 엄청나다. 집단 자살을 시도하는 사이비 종교가 생겨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예수님께서 40일 단식기도를 하셨다고 해서, 오늘날 모든 가정주부들이 가정을 버리고 산에 가서 40일 동안 단식기도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성경을 ‘내 식대로’해석하는 사례는 이 밖에도 수없이 많다.

성경을 보면 초대교회 당시 사도들이 많은 기적을 일으켰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당시 하느님께서 필요로 하셔서 일어났던 일이다. 성경은 그 시기에 그 상황에 맞게, 당신께서 펼치시고자 하는 뜻을 담고 있다. 오늘날 초대교회 당시의 기적을 바라는 이들이 많은데, 실상 우리들이 잊고 있는 것이 있다. 하느님은 오늘날에도 치유의 기적을 수없이 베푸신다. 어디를 통해서? 바로 병원과 약국을 통해서다. 의료기술의 발전 자체가 하느님이 주시는 치유의 기적 선물 아닌가.

다시 말하자면, 성경을 읽을 때 개인 관심사 위주로 읽어선 곤란하다. 성경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읽고 그 뜻 안에서 살고자 노력하다 보면 하느님은 나도 모르게 당신 원하시는 일을 하신다.

따라서 성경을 선포하고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는 이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칫 자신의 해석을 강조하거나 사적 관심사에 집중하다 보면 풍요로움을 놓칠 수 있다. 하느님은 성경을 통해 우리 각자에게 다양한 은총을 주신다. 그런데 만약 지도자가 개인 방식으로 성경 해석을 이끌다 보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하느님께서 직접 하시는 일을 막아서는 안 된다. 성경은 또한 어떤 이데올로기적인 시각에 대한 지지를 발견해 내기 위해서 읽혀질 수도 있다. 어떤 이는 예컨대 현대 철학이나 현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서 복음이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적 읽기는 적절한 때에는 유익한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의 경우 복음서의 철학적, 사회적 의미들에 대해서 미성숙하게 혹은 배타적으로 관심을 집중시킴으로써 자신의 영성생활에 해악을 끼칠 수 있다. 사회정의를 강조하면서 성경 특정 부분을 선택해 인용한다면 또 다른 성경의 풍요로운 내용이 왜곡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성경에 접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가지가 있다. 교의적 주석학적 방법과 영성적 방법이 그것이다. 전자는 학문적 이론적 접근이고 후자는 영적 접근이다. 오늘날 모든 성경 교육은 이 두 가지를 병행하고 있다. 마차는 두 바퀴로 달린다. 성경도 이 두 바퀴가 있을 때 비로소 우리 개개인의 삶에 있어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영성적 방법에 지나치게 치우쳐 체험적이고 감성적인 부분만 집중한다면 이는 성경을 올바로 읽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학문적 접근에만 매달리면 풍요로운 보화를 발견하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성경에 대한 학문적 접근에 소홀해선 성경 안에 담긴 깊은 의미를 발견하기 힘들다. 또 영성적 차원의 성찰이 없으면 진정한 가치를 놓치게 된다.

우선 ‘공부’가 중요하다. 고등학생이 공부가 어렵다고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성경도 공부를 게을리하면 더 높은 사유의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물론 깊은 차원의 주석학 등을 모두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교리적 차원의 지식은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대부분 신자들은 예비신자 교리 한 번 받은 것으로 ‘학교 종이 땡땡땡’ 하고 성경 공부를 접는다.

성경 보물을 많이 찾아낼 수 있는 지름길은 우선 교리적 차원의 지식만이라도 습득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 이어지는 영적 내적 단계도 풍요로워질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성경이 왜 씌어졌을까, 하느님의 어떤 섭리가 성경에 담겨 있을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성경을 통해 과거의 삶을 버리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

성경은 하느님께서 인간이 적도록 섭리하신 책이다. 따라서 우리는 성경에 담긴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느님은 성경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 주시고 싶으셨던 것일까.


정영식 신부 (수원교구 군자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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