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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17) 완고함, 자신을 가로막는 벽 (1)

율법학자들과 같은 완고한 인간들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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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주변에서 파렴치한 사람들, 정말 염치가 없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특히 신문이나 방송에서 태연하게 잘못을 저질러놓고도 마치 운이 없어 들킨 듯, 자신은 잘못이 없다 우겨대는 사람들의 기사내용을 보고, 듣고 있으면 화가 납니다.

그들은 거짓말을 하거나 상황을 희석 혹은 둘러대거나, 적반하장 격으로 부끄러움 없이 오히려 자신은 평소 원칙을 지켜 온 사람이기에 잘못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할 때마다 복음에서 예수님이 그토록 마음이 완고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직설적으로 질타하시는 내용이 자주 생각납니다.

‘완고함’ 국어사전을 보면 ‘융통성 없이 올곧고 고집이 세다’고 정의합니다. 하지만 ‘완고함’은 그 뜻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완고함’은 자신의 약점과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 안으로 타인을 수용하는 마음의 여지를 두는 것과는 달리,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마음의 문을 닫고 자신의 잣대로만 세상을 보려는 ‘돌처럼 굳은 마음’입니다.

얼마 전 친한 형인 신부님이랑 점심을 같이 먹으며, 수다를 떨며 논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 그 신부님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주었습니다.

“아마도 중학교 때 음악이론 시험을 보는 날이었을 거야. 음, 우리 예전에는 시험 칠 때, 옆 사람 것을 보지 말라고 책상 가운데 가방을 올려놓고 시험 치고는 했잖아. 아무튼 그 날, 앞 시간 시험이 끝난 뒤 쉬는 시간에 잠깐 음악이론 시험 준비를 하다가, 대충 눈으로만 본 것이 있었는데, 그 날 마지막 주관식 시험문제로 나온 거야. 쉬는 시간에 혹시나 하고 대충 본 것인데, 진짜로 시험에 나왔으니! 그 문제는 아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혀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 머리가 무거워지면서 막 헷갈리는 거야. 순간,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책가방 안에 쉬는 시간에 잠깐 본 그 음악책이 있다는 사실이 번뜩 떠오르면서,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하는 게, 와, 정말 흥분되더라.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시험 때 커닝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날따라 내 책가방 속에 그 답이 뛰어놀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미치겠는 거야. ‘그 음악 책 한 번만 잠깐 볼 수 있다면’하면서 책가방의 잠금장치 하나를 풀었어. 단 몇 초의 시간이었는데 얼마나 긴장했으면 몇 시간이 흐른 것처럼 느껴졌어. 얼굴은 새빨개지고, 손과 발이 덜덜 떨렸고, 호흡마저 가빠지고, 심장이 내 몸 밖에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고 하는 그런 기분 알지? 그런데 그런 나의 모습을 시험 감독관이 모를 리 없잖아. 책가방을 아주 조금 열려다가 그만 들켜버린 거지, 뭐. 그러자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며 교실 앞으로 나오라는 거야. 그래서 ‘이거 죽었구나’싶은 마음으로 나갔지. 그러자 선생님은 ‘너 왜 커닝했어?’하고 물으시더라. 그런데 너무 당황한 나머지 ‘보려고 했으나 보지는 못 했습니다’하고 자신 있게 대답을 해버린 거 있지!”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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