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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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적 삶으로의 초대Ⅱ] (22) 계시에 대해서…(7)

성경 따르는 삶, ‘나’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현실에 안주 않고 일상에서 주님 계시 받들어/ 정신적 차원 아닌 영적인 차원의 삶 실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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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삶 안에서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가. 우선 적용의 주인은 ‘나’다. 누가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신학자 혹은 영성가라고 해도 ‘나’의 적용을 대신해 줄 수 없다. 각 생활공간 안에서 나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적용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 적용을 위해선 우선 교리와 신학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한다. 교리와 신학은 성경에 바탕하고 있다. 나 자신을 위해 배워야 하고 또 이웃에게 가르쳐야 한다. 더 나아가 적용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공동체적 차원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상담을 통해 공동체 모두가 함께 성경의 계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인 신심은 나만 잘 살면 되는 차원이다. 나만 행복하고 나만 문제없으면 된다는 차원이다. 하지만 진정한 계시의 적용은 이웃까지 포괄한다. 이웃까지 계시 안으로 인도할 때 진정한 계시의 적용이 완성된다. 우리 모두 교리교사가 되고, 상담교사가 되어야 가톨릭교회가 계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나의 주관이 계시 안에서 바로 서야 한다. 내면이 계시를 바탕으로 체계화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누가 이야기해도 솔깃하지 않는다.

주님에 의해서 계시된, 그리고 주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은총에 의해 영위되는 영성생활은 단순히 정신의 활동이 아니다. 계시의 하느님과 더불은 나의 점증적인 인격주체적 일치 결합이 나의 전(全) 실존에 배어들도록 해야 한다. 계시를 따르는 삶은 단순한 정신적 차원이 아니라 인격적인 차원이자 영적인 차원이다. 물론 계시는 정신으로 알아듣는다. 예비신자 교리를 할 때 정신으로 우리는 교리를 암기하고 공부를 한다. 하지만 그 차원에서만 머문다면 진정한 계시의 적용 상태라고 볼 수 없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은 현실주의자다. 눈 앞의 현실에만 시선을 둔다. 그래서 정신만 많이 쓴다. 그러면 넘버 원이 되는 줄 안다. 직장도 넘버 원, 대학도 넘버 원을 선호한다. 하지만 계시에 입문한 우리는 정신적으로 살면 안 된다. 물론 정신적 차원이 필요없다는 말은 아니다. 정신적 차원을 초월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신적 차원을 초월해 전인격적이고 영적인 차원을 보완해야지 계시가 이해된다. 계시의 위치는 정신이 아니다. 정신을 초월하는 전인격적, 영적인 것이다.

하느님께서 성경을 통해 열어보여 주시는 것은 자연의 모든 것 안에서 영적인 것을 깨닫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느님은 인간 안에 영적인 힘을 심어주셨다. 당연히 영적인 힘을 발동해서 세상 것을 영적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계시의 하느님과 함께 사는 삶이 나의 전 실존에 배어들게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계시의 삶은 성당에 잠깐 나와 기도할 때만 이뤄지는 것일까. 아니다. 빨래를 할 때, 식사를 할 때, 산속을 거닐 때, 운전을 할 때, 직장 일을 할 때 모두 연결시킬 수 있다. 하느님께서 보시고자 하는 눈으로 세상을 보고, 하느님의 손으로 세상을 만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전 실존적으로 계시를 삶 안에서 적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계시의 적용은 한 번에 100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점증적’으로 이뤄진다.

하느님은 성경을 통해 끊임없이 우리에게 계시하신다. 유대인들의 이집트 탈출 사건, 예언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수없이 많은 계시의 불덩이들을 떨어트리신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은 도대체 뭔가?

계시는 우리가 직접 드러내야 한다. 육신과 정신과 영으로 이뤄진 인간에게는 인격이라는 것이 있다. 동물에게는 인격이 없다. 송아지에겐 송격, 붕어에게는 붕격이 있을 뿐이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계시한 능력을 다 발휘하면서 살면 인격적이고, 다 발휘하지 못하면 인격적인 삶이 아니다.

우리는 나의 인격,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모든 품격, 육신적이고 정신적이고 영적이고 모든 것을 다 활용하면서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사는 사람이 계시를 완성시켜 나가는 사람이다. 그렇지 않으면 계시 밖에 있는 사람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 주체적으로 해야 한다.


정영식 신부 (수원교구 군자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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