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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18) 완고함, 자신을 가로막는 벽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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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나 태연하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신 시험 감독관선생님은 순간 화가 나셨는지 귀싸대기를 사정없이 때리더라. 그리고 나를 교무실로 끌고 가는 거야. 어찌나 아찔하던지! 교무실에서 무릎을 꿇게 했는데 평소 모범적이었고 모든 선생님들하고도 잘 지냈기에 모든 선생님들이 의아해하는 표정이었어. 마침내 담임선생님께 불려갔지!”

정말 웃으면 안 되는데 ‘보려고 했으나, 보지는 않았습니다’하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아 그만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러자 형도 웃으면서 이야기를 계속 하였습니다.

“담임선생님은 화를 안 내는 그 선생님이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궁금했기에 상황을 다시 묻더라. 그때까지 ‘보려고만 했지, 보지 않았던 것’에 대해 억울하기도 했고, 항변하고 싶어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담임선생님은 ‘야, 그 선생님 웬만한 것 그냥 넘어가 주시는 참 좋은 분인데! 이 녀석, 그냥 네, 잘못했습니다하고 단 한마디 인정만 했다면 모든 일이 넘어갈 문제인데, 일이 커졌어. 내일 아버님 모시고 와!’ 다음 날, 선생님이셨던 우리 아버지는 학교에 불려 왔고, 같은 선생님에게 꾸중 아닌 꾸중을 듣게 되었지. 그 심정, 말 안 해도 알지? 그날 아버지랑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담배만 연거푸 피우시며 한마디도 하지 않으시던 아버지 뒷모습이 지금도 눈에 아른거린다. 재미 있지? ‘보려고 했으나, 보지는 않았습니다.’ 하하하.”

그 형은 ‘완고함’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그날, 그냥 순수하게 잘못을 인정하기만 했어도 맞지 않았을테고, 교무실에 끌려가지도 않았을테고, 아버지가 학교로 불려오는 상황도 안 생겼을텐데. 잘못 자체를 인정만 했다면, 모든 것이 그냥 넘어갔겠지. 하지만 내가 의인이고 단지 ‘보고 싶은 마음’만 있었지, ‘보지는 않았다’는 결과에 대해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굳은 마음이 나의 생각을 완고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 ‘완고함’은 결국 자신을 의인이라 합리화시키고 꽉 막힌 생각의 틀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자신은 아무 문제없는 사람인 듯 그렇게 살게 만드는 것 같아. 그러다보니 자신의 잘못이나 부정을 방어하고 은폐시키고 싶어 하는 뭐, 그런 것 아닐까?”

‘완고함’. 어쩌면 일상에서 조심하지 않으면 쉽게 생각이 굳어져 자신의 잘못조차 우겨댈 수 있는 우리 모두 안에 다 가지고 있는 영혼의 ‘간경화’ 상태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 평소에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영적 스트레스를 줄이고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훈련도 하고.

‘나도 틀릴 수 있다’는 마음과 함께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마음’을 가지는 노력, 이런 것 하나하나가 ‘완고함’을 서서히 ‘관대함’으로 바꾸도록 만들어 주고, 세상을 조금씩 넓은 아량의 마음으로 살게 해 줄 것입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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