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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25) 인간이 행복하길 바라시는 주님!(2)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순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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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는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인간적 마음으로는 잘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으면 속상한 것처럼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을 때 겪는 갈등은 짜증 자체가 됩니다. 좋은 일 때문에 겪는 갈등은 양심을 건드리기에 더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혼자서 별 생각을 다하게 마련입니다.

매주 화요일 오전 성지 미사를 도와주게 될 경우 ‘가는 시간, 오는 시간’을 생각할 때 일주일에 하루, 오전 시간 전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과 강론 준비 때문에 주일 오후부터 매달려야 한다는 생각은 그 자체로 스트레스였습니다. 하지만 더 힘든 것은 ‘아쉬움’이었습니다. ‘총원장 신부님은 내가 잠도 못 이루면서 공동체 일에 죽어라 최선을 다하며 지내고 있는데, 이런 사실은 전혀 모르고 그런 요청을 하셨던 것일까’라는 장상에게 맺힌 아쉬움 담긴 원망, 이것이 마음을 가장 무겁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모든 생각들은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그 후 ‘순명’의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가야 할 미사, 최선을 다해 순례자들을 위한 미사를 도와주자는 결심을 하면서 부지런히 그곳 미사를 다녔습니다. 그와 함께 그곳 성지와 관련된 교회사적 이야기와 매일의 복음을 우리 순교자들의 이야기와 접목한 미사강론 준비를 하면서, 오히려 신학교 다닐 때 배웠던 한국교회사 공부보다 더 많고 다양한 우리나라 교회 역사와 순교사 공부를 즐겁게, 행복하게 했습니다.

그러한 연유로 교회 내 잡지에 원고 청탁이 들어와 순교 관련 글을 싣기도 했으며, 급기야 어느 대학원 수업에서 ‘교회사’ 과목 특강 요청도 받았습니다.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한국교회 순교사’를 요약 정리해서 강의하는데, 사실 마음은 무척 떨렸지만 스스로에게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대단한 교수나 된 듯 행복한 하루를 만끽하기도 했습니다.

그랬습니다. 만약 총원장 신부님 요청을, 단지 인간적 마음으로 순명을 거슬러버렸다면! 아니, 성지 미사를 못 가겠다고 떼를 썼더라면! 비록 매주 화요일 오전 시간은 여유가 있었을지 몰라도 학문적으로, 영적으로 ‘순교’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 경험 이후로 살면서 선한 지향의 부탁들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기쁜 마음과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임하려고 합니다.

인간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시는 하느님은 우리에게 주변의 다양한 요청들이 있을 때, 진심으로 선한 마음으로 그 일에 임하고 성실하고 충실하게 준비하고 꾸준한 마음으로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 일을 통해 우리가 예상하고 생각하는 것 이상의 즐거움과 행복을 넘치게 채워주시는 분입니다. 이러한 즐거움과 행복은 우리를 꾸준히 성장시켜 주며 때로는 우리 안에 있는 희망과 바람이 정말 우연치 않은 계기로 실현되기도 하는 중요한 순간이 됩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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