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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적 삶으로의 초대Ⅱ] (30) 마음의 성향들 (2)

인간은 하느님과 합치할 때 ‘경탄’한다/ 삶을 경외롭게 보기보다 지루한 일상으로 파악/ 수련 통해 자신을 직시하며 감탄하는 삶 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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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하느님께서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심어주신 합치, 융화, 연민, 역량의 능력을 계속해서 성장시켜야 한다고 했다. 나와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기준이 합치이고, 나와 이웃과의 관계에서 기준이 연민, 나와 주변상황과의 관계에서 기준이 융화다. 이렇게 합치와 융화, 연민의 삶을 잘 살면 우리는 더 넓은 차원에서 세계를 향해서 참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진리를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우리는 ‘오!’라고 외치게 된다. 경외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하느님과의 합치가 이뤄질 때마다, 하느님의 뜻을 깨닫고 하느님 뜻에 합치된 삶을 실천할 때마다 우리는 저절로 경탄하게 된다. 또 마음으로부터 이웃에게 연민을 가지고 접하면 저절로 경탄을 체험하게 된다. 융화와 참된 역량을 발휘할 때도 경외의 마음이 생긴다.

사실 우리 인생 전체는 경외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새 생명이 탄생하는 것 자체가 경외스럽다. 어머니 젖만 먹던 아기가 미음을 먹기 시작했을 때도 ‘오!’다. 갓난아기가 새근새근 잠자는 모습 또한 얼마나 경외스러운가. 그 아기가 자라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도 ‘오!’이고, 성장해서 군대에 가고 결혼을 하는 것도 ‘오!’다. 철부지라고 생각했던 자녀가 성장해 봉사활동을 하고 사회에 큰 기여를 하는 것도 경외스럽다. 부모는 자녀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을 척척 해내는 모습은 또 얼마나 경외스러운가. 걷지도 못했던 아기가 걷고, 밥알을 씹지 못했던 아기의 몸에서 이가 돋아나 비빔밥을 먹는 그 모습도 ‘오!’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인간 삶 전체가 경외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인생을 살다보면 이런 경외스러움을 느끼기보다는 평범함이 더 많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많은 이들이 덤덤한 마음으로 그저 그렇게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세상이 ‘오!’이고 내 존재 자체가 ‘오!’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경외롭게 보기보다는 지루한 일상으로 파악한다. 그래서 더 말초적이고 감각적인 것에 매달린다. 이런 삶의 태도는 ‘오!’ 경외스러운 삶을 무가치한 것으로 망치게 한다.

이는 한 개인의 삶에서도 그렇지만 역사 안에서도 그렇다. 불교의 가르침대로, 유교의 가르침대로 제대로 의식하고 살았다면 고려와 조선 사회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경외심이 가득한 사회가 됐을 것이다. 경외심이란 인간 개개인은 물론, 국가와 사회를 가치있게 존속시키는 힘이다. 경외심이 없었기에 나를 파멸시키고 나라를 망친다.

참된 종교와 참된 가르침에는 경외심이 넘친다. 한 가정을 봐도 경외심이 없는 곳에는 소음과 공해가 심하기 마련이다. 많은 성당들이 시끄러운 것도 신앙과 공동체에 대한 경외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교리를 조금 많이 알고 있다고 자랑할 거리가 못 된다. 성경 지식을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자랑할 필요가 없다. 그 정도로는 자랑할 거리가 못 된다. 교리와 성경 지식이 지향하는 목표는 마음의 원리를 세우는 것이다. 그래서 수련을 통해 진정한 경외로 무장하는 것이다.

나 자신을 직시하며 ‘오!’라고 탄성하고, 이웃과 공동체를 바라보며 ‘오!’하고 감탄하고, 세상과 자연을 바라보며 ‘오!’라고 환호한다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영성적 삶이다. 공부를 많이 했다는 사람들이 그 지식으로 남을 속이고 돈벌이에 매달린다면, 그것이 진정 영성적인 삶일까. 성공과 자기 만족을 위해 심지어 신앙까지도 이용하려 드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나 자신과 세상을 ‘오!’라고 보지 않고, 덤벼들어 싸워 이겨야 할 대상으로 본다. 마더 데레사 수녀는 공부를 많이 한 분이 아니다. 하지만 마더 데레사 수녀는 하느님과 합치의 삶을 살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연민했고, 가는 곳마다 융화스러웠고, 그래서 참된 스스로의 역량을 발휘했다. 그렇게 조화로운 삶을 구현해 냈고, 그래서 그의 삶 전체가 ‘경외’로 가득 찰 수 있었던 것이다.

‘경외’는 인간의 모든 성향들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 1번이다. 나의 존재 자체가 ‘오!’이고 그래서 내가 살아가는 인생 전체가 ‘오!’로 되어 있다. 그런 ‘오!’가 모인 사회가 ‘오!’이고, 그 ‘오!’들이 디디고 살아가는 자연, 세계가 ‘오!’다. 더 나아가 ‘오!’들이 만들어 가는 세계 역사 또한 ‘오!’다.

경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군자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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