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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28) 첫 미사와 할머니(2)

할머니 모습으로 온 성모님의 간절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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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으로 당신의 미사포를 쥐고 오로지 새 사제의 얼굴만 바라보면서 연신 해맑은 눈물을 흘리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낯익은 할머니의 장면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찰나, ‘앗! 저 모습. 해맑게 우시는 할머니의 저 모습! 바로 성모님의 모습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갑니다.

이 글을 쓰는 본인이 영성이 깊거나, 혹은 깊은 묵상 중에 할머니의 모습 안에서 성모님을 본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냥 젊은 사제의 첫 미사에 참석하셔서 해맑게 울어주시는 할머니의 모습, 이제 갓 새롭게 사제가 된 그 청년의 모습을 보면서, 울어주시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성모님의 모습을 본 것입니다.

젊은 청년이 가는 그 길이 결코 쉽지 않은 가시밭길이라는 것을 잘 아시기에, 그 젊은 사제가 기특하여 기쁨의 눈물, 감격의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에서 성모님의 모습을 엿보았습니다.

‘그래, 오늘 젊은 새 사제의 첫 미사에 성모님이 할머니의 모습을 하시고 참석하셨구나!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신 길을 따라 살겠다는 젊은 청년의 모습, 정결과 청빈, 순명의 결코 쉽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다고 다짐하며 입술 깨문 젊은 사제의 모습을 보면서 성모님은 산전수전 다 겪은 시골 할머니의 모습을 하시고 그 약속에 영적인 힘을 북돋워 주시려고 오셨구나! 서른세살 나이에 십자가 죽음을 맞이했던 아들 예수를 따르려는 그 길에서 겪어야 할 인내와 고난의 삶을 아시고, 떨리는 목소리로 미사경문을 읽고, 성체를 나누어주는 정성스러움을 지켜봐 주시려고 이 첫 미사에 참석하셨구나. 이 사제의 길이 어떤 길인지를 너무 잘 아시기에 안쓰러워서, 안타까워서, 저렇게 해맑은 눈물까지 흘리시면서 이 첫 미사에 참석하셨구나!’

종신서원식 혹은 부제 및 사제서품식에 참석하면 어김없이 성모님 닮은 분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서원 및 서품 당사자 부모님과 가족들의 애절한 기도의 마음은 더 말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단지 초대장 하나 달랑 들고 서원 및 서품미사에 참석하셔서 예수께서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 예수가 친히 보여주신 봉헌의 삶을 살겠다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며 기도해주시는 이 땅의 많은 성모님을 만나게 됩니다.

특히 할머니들이 많은데 인생을 사실 만큼 사신 분들이며 살아보니 참말로 힘들고, 뜻대로 되지 않고, 생각 이상으로 고통스러운 것이 ‘삶’이라는 것을 아시는 분들입니다. 이들이 정결?청빈?순명의 삶을 살겠다고 공적인 자리에서 약속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대견하고도 애처롭게 바라보시며 눈물을 담은 간절한 기도를 바쳐 주십니다.

유혹이 더 즐비한 이 세상, 성직자와 수도자들 스스로도 잘 살아야겠지만 더 많은 성모님들의 더 많은 기도가 필요한 때입니다. 염치없지만 이 땅의 많은 성모님들, 더 많이 기도해주셔요, 그리스도의 길을 걷는 이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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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85장 14절
정의가 그분 앞을 걸어가고 그분께서는 그 길 위에 걸음을 내디디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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