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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적 삶으로의 초대Ⅱ] (37) 마음의 성향들 (9)

우리 몸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 인간은 하느님이 원하시는대로 말하고 행동하면서, 모든 창조물들과 주고받으며 고유한 광채 드러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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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고유한 광채를 지니고 있다. 그 광채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그 다양한 광채들이 모여서 아름다운 무지개를 피운다. 만약 개개인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광채를 내지 못한다면 무지개는 만들어 질 수 없다.

바다를 보라. 청정하고 깨끗한 바다는 아름다운 쪽빛을 자랑하지만 바다를 잘 관리하지 못하고 오염시킨다면 검은색으로 변하고 만다. 과거 필리핀의 한 오염된 지역을 여행한 일이 있었는데 배를 타고 30분 넘게 바다로 나갔는데도 바다 색깔이 검은색이었다. 인간이 바다를 죽인 것이다. 바다의 광채를 죽인 것이다. 산을 보라.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작은 돌 하나하나가 모여 산을 이루고, 그 다양한 광채들이 모여 커다란 조화를 이룸으로써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낸다. 이처럼 조화를 이룬 산은 각자 나름대로의 고유한 광채가 있다. 그런데 인간이 그 산의 광채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죽인다.

세상 모든 창조물들은 서로 주고받는 관계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give&take) 하면서 서로를 형성시켜 나가게 돼 있다. 하느님이 원래 그렇게 창조했다. 그런데 인간이 자연의 광채를 죽이면 주고받는 관계가 무너진다. 자연의 광채를 파괴하면 할수록 인간의 광채도 같이 죽는다. 이는 자연과 인간 관계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 사이에서도 서로의 광채를 죽일 수도 있고 드러나게 할 수도 있다.

고유한 광채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 공명(Consonance, 共鳴, 하느님 뜻과의 조화)이다. 공명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광채를 드러나게 하고 이웃의 광채를 빛나게 하며 대자연의 광채를 살린다. 인간은 주변에 광채를 내는 사람과 함께 살아갈 때 행복을 느끼게 된다. 광채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으면 자신의 삶도 불행해진다. 성당에서도 스스로의 광채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많이 모이면 공동체가 침체된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해졌다. 나의 광채를 드러내고, 상대방의 광채가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인간이 가진 고유한 광채를 살려내는 것이다. 이 원리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세상 만물을 형성하는 신적 신비(하느님)께서는 내 눈 안에 ‘감추어진 씨앗’을 심어놓으셨다. 이렇게 하느님은 나의 눈빛, 너의 눈빛 안에 있다. 나의 입, 너의 입 안에 있다. 그 안에 하느님이 숨어 계신다. 내가 아름다운 것을 보고, 내가 아름다운 말을 하는 그 안에 하느님이 계신다. 내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의 빛을 보고, 말을 하고, 손으로 행하고, 발로 걸어간다면 하느님은 그 안에 숨어 계신다. 하느님은 아니 계신 곳이 없다. 그런데 그분께서는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현존하신다. 현존의 형태를 굳이 언어로 표현하자면 ‘씨앗’이다. 감추어진 빛이다.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하고 감추어져 있는 것이기에 우리는 그분을 쉽게 알아볼 수가 없다. 내 눈 안의 빛을 통해서 그분이 함께 현존하고 계시는데, 나는 그걸 못 알아본다. 내 입 안에 그분께서 함께 현존하고 계시는데 나는 맛보지 못한다. 내 몸을 이루는 무수히 많은 세포 하나하나에 그분의 빛이 있는데 나는 못 알아본다. 하느님이 그렇게 내 몸 안에 현존하시는데 모두 내 것인 줄 알고 마구 사용한다. 함부로 보고,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몸을 굴린다. 그러다 보니 점점 나의 삶과 영혼이 빛을 잃어가고 어두워진다.

내 몸 안에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사는 것이다. 바오로 사도가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 20)라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내 맘대로 살아가기 일쑤이다. 내 안에는 그분의 빛이 없다. 내 눈에도 없고, 입에도 없고, 내 세포 안에도 그분이 없다. 우리 안에 감추어진 그분의 씨앗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물을 주고 영양분을 주어도 싹을 틔우지 못한다. 이처럼 우리가 그분의 ‘씨앗’을 보지도, 느끼지도, 알지도 못하기에 나의 몸에서 고유한 광채가 나지 않는다.

모든 형태 안에는 그분께서 감추어 놓은 씨앗이 있다. 이것은 은총의 선물이다. 우리는 모두 선물을 한 아름씩 받고 태어났다. 이미 가지고 있다. 눈 안에, 입 안에, 내 세포 모든 곳 안에 그분의 힘이 선물로 가득 차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고 쉽다. 공짜로 주어진 그 선물의 포장을 풀고 꺼내기만 하면 된다.


정영식 신부 (수원교구 군자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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