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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155) 왜 화를 자주 낼까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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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왜 화를 자주 낼까요?(하)

A. 화를 다스리는 두 번째 방법은 세상사가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하느님 뜻대로 돼간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슨 일이 잘못되면 짜증을 내고 화를 냅니다. 심지어 하느님께 삿대질하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주님의 기도`를 할 때마다 주님 뜻이 이뤄지게 해달라고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기도를 바치니 세상사가 다 내 뜻대로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기 때문입니다. 청개구리 심보로 기도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조금이라도 기도가 이뤄지지 않으면 하느님께 화를 내거나 심지어 냉담을 하는 것입니다.

 신문에 가끔 행복지수가 낮은 나라와 높은 나라를 비교하는 기사가 납니다. 그런데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행복지수가 높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든 것을 신의 뜻으로 알고 마음을 내려놓은 가난한 사람들은 그만큼 스트레스를 덜 받는 데 반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의지는 물론 자의식도 강해 모든 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안달복달 짜증을 내기에 행복지수가 낮습니다. 따라서 일이 안 풀리고 마음에 들지 않을 때일수록 하느님 뜻이 무엇인가를 찾고 그분께 의탁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적개심을 줄이는 길입니다.

 세 번째 방법은 유치하고 이기적인 자기 마음을 달래는 것입니다. 어른이건 아이건 누구나 다 자기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는 마음이 약해집니다. 선물 앞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아무리 원수 같은 사람일지라도 나에게 잘해준다면 쌓였던 앙금이 순식간에 풀리는 것이 사람 마음입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죽도록 미울 때는 그 사람이 나에게 잘해준 것이 무엇이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혹은 앞으로 받을지도 모르는 것에 대해 미리 생각해봐도 적개심이 부드러워집니다.

 어떤 본당 신부가 신자들이 속을 썩여도 늘 싱글벙글하고 다녀서 비법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화가 날 때마다 영명축일에 받은 선물을 생각하고 그래도 화가 나면 내년에 받을 선물까지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고 하더랍니다. 한 번 따라 해보시길 바랍니다.

 네 번째 방법은 미국 뇌과학자인 질 볼티 테일러 박사의 방법입니다. 테일러 박사의 실험에 의하면 사람의 마음에 분노가 일어나 몸 안에서 맴돌다 밖으로 빠져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30초 즉, 90초라고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분들은 나는 화가 나면 하루종일 가는데 무슨 소리냐고 따질지도 모릅니다.

 사실 우리는 한 번 화가 나면 몇 분이 아니라 몇 시간 동안, 때로는 며칠 동안 화가 안 풀어져 힘들어하곤 합니다. 그러나 90초 이상 지속되는 화는 첫 번째 주제가 아니라 연이어 떠오른 다른 생각들 때문에 화를 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무엇인가 화가 나는 것을 생각하다 보면 연이어 다른 것들이 줄줄이 떠올라 화를 내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화가 났을 때는 딱 90초만 시간을 보내면 웬만한 화는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 방법은 화가 났을 때 훌륭한 음악이나 그림 혹은 사진을 감상하는 것입니다. 어린아이들이 울 때 엄마가 아이 눈앞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무엇인가를 보여주면 아이들은 울음을 그칩니다. 마찬가지로 어른들 역시 마음은 어린아이이기에 화가 난 자기 마음 앞에 보기 좋고 듣기 좋은 무엇인가를 갖다 놓아주면 순식간에 마음이 돌아서서 웃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영감님은 화가 나면 금고를 열어본다고 합니다. 금고 안에 들어있는 돈 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아주 편해진다는 것이지요. 혹 가진 돈이 꽤 되는 분들, 돈을 좋아하는 분들은 한 번 따라 해볼 만하지요.

 마지막 방법은 평소에 즐겁게 노는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대개 적개심이 많은 분은 잘 놀지를 못합니다. 적개심이 의심을 만들고 사람을 멀리하게 하기 때문인데, 그럴수록 놀이판에 자주 끼어야 합니다. 물론 심한 돈놀이 판은 전혀 도움이 안 되고 낄낄거리고 놀 수 있는 그런 놀이판에 함께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 마음은 길들이기 나름이라 재미있는 놀이를 계속하면 적개심의 길이 아니라 `재미의 길`이 만들어져서 화통한 마음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채근담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거센 바람 성난 비에는 새들도 근심하고, 갠 날씨 따뜻한 바람에는 초목도 기뻐한다. 가히 알지로다. 천지엔 하루도 온화한 기운이 없어서는 안 되고 사람의 마음에는 하루도 기쁜 정신이 없어서는 안 된다."

 내가 화를 내면 새들도 개들도 사람들도 다 떠나서 외로운 처지가 되고, 내 마음이 화창하면 새도 개도 사람들도 다 나에게로 오기 마련입니다. 노년에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서 눈도 제대로 못 감고 한을 품은 채 이 세상을 하직하느냐, 아니면 문턱이 닳도록 친구들이 드나들어 외로울 시간 없이 사느냐의 선택은 우리가 마음 안의 적개심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렸습니다.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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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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