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아! 어쩌나?] (159) Q. 백수 아들이 걱정입니다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Q. 백수 아들이 걱정입니다 

   제 아들은 29살입니다. 남들 같으면 한참 활동해야 하는 나이인데, 집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온종일 고민만 하고 삽니다. 어떤 때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어서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과거의 안 좋은 일들이 떠올라 괴롭다는 것입니다.

 또 어떤 때는 자기 앞날의 불행한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게 보여서 힘들다고 하고요. 이렇게 하루종일 좋지 않은 생각 속에서 사는 아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줘야 할지 고민입니다.
 
 A. 아드님 처지를 이해할듯합니다. 저 역시 저희 본당이 신문지상에서 보도된 바와 같이 뉴타운 재개발을 빙자한 투기꾼들과 사기꾼들이 넘보려고 하는 대상이 된 이래 몇 년 동안 아드님 이상으로 고민하고 심리적으로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매일 같이 불도저가 빈집들을 부수고 밤이면 누가 지르는지 방화를 하고 다녀서 저희 성당이 불에 탈까봐 밤에 제대로 잠을 못자면서 여러 가지 수많은 좋지 않은 생각으로 밤을 지새면서 몹시 앓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상황은 여전합니다만, 그렇게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마음이 무너져감을 느끼는 순간 몸에 병이 오더군요.

 그래서 그때부터 제가 아는 모든 심리치료방법을 동원해서 제 마음이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렇게 제 몸으로 임상실험을 한 결과 그 덕택에 어떤 심리치료방법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고 어떤 것이 효과가 없는 것인지 체득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제 자신이 배운 심리치료방법을 스스로 사용하면서 다 무너진 동네에서 버티며 살고 있기에 제 경험이 아드님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리적으로 힘겨운 사람들의 특징은 힘이 없거나 혹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즉, 심리적으로 환자가 돼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왜 힘을 잃어가는지 심리적 힘을 다시 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간혹 마음의 편안함을 구하면 된다고 하는 주장도 있는데 일견 맞기는 하지만 실제상황에서는 그리 도움이 되질 못합니다.

 전장에서 싸우는 장수가 그저 자기마음의 편안함을 구하고자 하는 현실도피적 삶을 만들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싸움 한번 안 하고 군복 자랑하는 철부지같이 될 수 있습니다. 심리치료의 목표는 힘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내적 힘은 우리가 가진 생각과 아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이미 수많은 심리치료사들이 말한 것처럼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더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생각들, 병적 생각들이 문제입니다. 우선 과거의 좋지 않은 기억들이 문제입니다. 그때 내가 그래야 했어, 혹은 하필이면 그때 왜 그런 일이 내게 생긴 것일까 하는 등 과거형 생각들은 후회로 나타나 사람의 마음을 후벼팝니다. 소위 심하게 속앓이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질책성 생각들은 가뜩이나 힘겨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다리 힘이 빠지게 하는 병적 생각들입니다. 예를 들어 전쟁터에서 싸우는 장수를 불러다가 "너 왜 그렇게 밖에 못하는 것이야"라고 하면 그 장수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곧바로 전의를 상실하겠지요.

 그런데 이런 질책성 생각은 본인이 하는 것이 더 잔인한 결과를 낳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소리에는 "당신들이 뭘 알아?"하면서 화를 내고 자기방어를 할 수 있지만, 자책성 생각들은 거의 자학적 성향을 갖고 있어 스스로 방어하기보다는 그냥 자기를 죽이고 싶은 자살충동으로 이어집니다. 이처럼 과거 안 좋은 기억들은 사람 마음에 치명상을 입히기에 생각이 떠오르는 즉시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치명적 생각은 미래에 대한 생각입니다. 앞날에 대한 불길한 생각이 사람 마음을 흔들고 병들게 하고 심리적 폐인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제 경우에는 과거보다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컸는데, 저편에서 여러 가지 술수를 부리는 것에 당하면서 이러다가 큰일 나는 것 아닌가 혹은 내가 잘못해서 성당이 다 없어지는 것 아니냐 하는 소위 재수없는 생각들이 마치 현실처럼 떠올라 몹시 불안했습니다. 이렇게 좋지 않은 생각들은 사람 마음을 과거에서 미래로 질질 끌고다니면서 괴롭힙니다.

 잠을 못 자게 하고 밥을 못 먹게 하고 입이 타고 속이 쓰리고 아프게 합니다. 그리고 가장 안 좋은 것은 그 자리에서 떠나질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마치 우울증 환자처럼 방구석에 틀어박혀 앞날의 안 좋은 일들에 대한 생각을 마치 영화보듯 보고 또 보는 증상에 빠져듭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신경증적 현상이 생기다가 마침내는 미치고 마는 것입니다.

 또 어쩔 수없이 자기파괴적 삶을 살게 됩니다. 술을 마셔도 폭음을 하고, 자기 몸이 상하는 지도 모른 채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되는 해소방법을 찾아 사용해 하루하루 자기 삶을 죽여가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결국 심리적 폐인이 돼버립니다.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7-0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17

시편 91장 16절
내가 그를 오래 살게하여 흡족케 하고 내 구원을 그에게 보여 주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