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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160) Q. 백수 아들이 걱정입니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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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백수 아들이 걱정입니다(하)

A.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요? 좋지 않은 생각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만, 건강한 생각은 사람을 살리기도 합니다. 따라서 안 좋은 생각은 좋은 생각으로 물리쳐야 합니다.

 우선 중요한 것은 과거 안 좋은 기억들을 떨쳐버리고 좋은 기억들만 떠올리고 그 안에서 쉬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물론 올라오는 생각들을 떨치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지요. 그래서 제가 사용한 방법은 `사진 보기`입니다.

 사진은 과거 좋은 추억들을 떠올리는 데 아주 큰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계속 들여다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사진 속의 시간으로 들어가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됩니다.

 두 번째 방법은 앞날에 대한 낙관적 상상을 하는 것입니다. 사람 앞날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앞날을 생각하다 숨이 막히고 죽을 것만 같은 기분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불길한 앞날을 줄곧 생각하다 보면 중추신경이 그것을 현실로 인식해 불길한 생각이 현실처럼 여겨지고 신체적으로 반응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제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재개발을 겪으면서 거짓말과 선동, 사기로 주민을 속인 사람들과 몇 년을 상대하면서 무기력감을 느끼게 됐고, 그런 무기력감이 앞날에 대한 불길한 예측으로 이어져 숨을 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럴 때에도 심리적 처방은 비슷합니다. 지금 바로가 아닌 몇 년 후 제 모습과 모든 일이 다 해결된 이후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불안감에 시달리면 그 마음의 눈이 자꾸 자기 발밑만 보려는 습성이 있는데, 그 눈을 들어 먼 앞날 소위 장밋빛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침이면 다 부서진 동네를 걸으면서 군대 시절 불렀던 군가를 부르곤 했습니다.
 "눈 들어 눈을 들어 앞을 보면서 물도 맑고 산도 고운 이 강산 위해~♪"

 이 노래를 부르면서 불안한 제 마음에 힘을 불어넣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방법은 현재에 감사하는 것입니다. 재개발 현장에서 심리적 괴로움을 겪기는 하지만 그런 상황이 꼭 안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 그런 상황 속에서 제가 얻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묵상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경우 현장에서 벌어지는 역겹고 힘겨운 상황들이 저를 책상물림 상담가가 아닌 `현장 상담가`로 만들어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제 마음 안에 온갖 소용돌이가 치고 그것이 안정돼 가면서 소위 현장 상담가로서 심리적 내공이 생기게 된 것이 소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마전보다 더한 이곳에서 제가 사는 의미를 찾을 수 있었고, 그 뒤부터 마음 안에 전의가 살아났습니다.

 게다가 사회 문제에 제대로 눈 뜨게 된 것 역시 큰 소득입니다. 신문을 보면서도 남의 집 일인 양했는데 몸으로 겪다 보니 이제는 신문 지상에 난 기사들이 저의 일처럼 여겨지는 것입니다. 소위 사회에 대한 눈이 떠지고 누가 사기꾼이고 누가 진솔한 사람들인지 식별하는 눈을 갖게 된 것은 소득입니다.

 이렇게 현장에서 힘겨운 삶이 유약하고 우유부단하던 저를 변화시켰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마음이 과거와 미래로 도망하지 않고 제자리에 머무는 경험을 했습니다. 물론 이 세 가지 방법이 만능은 아니고 또 세 가지 방법 중 어느 것이 더 좋은가를 따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좋았던 것에만 머물려고 하면 심리적으로 퇴행해서 무력한 삶을 살게 되고, 미래의 좋은 일들만 생각하고 살려고 하면 마치 마약환자들처럼 현실감이 떨어진 삶을 살게 됩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현재에 감사하면 사는 것 역시 사람의 힘겨움을 무시한 삶을 살게 해 나중에 또 다른 신경증적 심리적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따라서 가장 좋은 것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과거 미래 현재 시점의 치료 방법을 사용하는 것과 한가지 방법으로 너무 오래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권유하고 싶은 방법은 성경구절을 써서 늘 간직하고 다니다가 마음이 힘들 때 꺼내 묵상하는 방법입니다. 옛날 유다인들은 성경구절을 귀중하게 간직하고 다녔다고 하는데, 단순히 보관하는 차원이 아닌 수시로 자기 심리치료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 방법은 마음이 불안한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특히 아드님에게는 마태오 복음 말씀을 권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목숨을 부지하려고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또 몸을 보호하려고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마라.(…) 하늘의 새들을 눈여겨보아라. 그것들은 씨를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곳간에 모아들이지 도 않는다. 그러나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것들을 먹여 주신다. 너희는 그것들보다 더 귀하지 않으냐? (…) 그러므로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마태 6,25-34).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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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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