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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173) Q. 마음을 깨끗이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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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음을 깨끗이 하려면? 

 마음을 깨끗이 하라, 마음을 비우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어떻게 해야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고민입니다. 제 마음은 늘 우울하거나 불안하거나 아니면 잡스러운 생각으로 가득해 전문가들 처방처럼 마음을 비우려고 애를 쓰고 쓸데없는 생각들을 없애려고 하는데 잘 되지 않습니다. 어떤 때는 더 흉한 생각들이 떠올라 괴롭습니다. 어떻게 해야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을까요?
 

 A. 마음 안에 온갖 잡다한 생각들이 떠오르면 참 괴롭습니다. 특히 기도할 때 그런 것들이 올라오면 내 믿음이 약한 것이 아닐까 혹은 나는 왜 마귀의 유혹을 심하게 받나 하는 자괴감에 시달리지요.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깨끗하게 하고 싶은 욕구에 더 시달리게 됩니다.

 많은 분이 그런 괴로움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 구조에 대한 무지함 때문입니다. 프로이드를 비롯한 수많은 심리학자가 말한 것처럼 사람 마음에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이란 어마어마한 창고가 있습니다.

 무의식 안에는 우리가 살아오는 동안 경험한 것뿐 아니라 인류가 공통으로 갖는 기억까지 다 저장돼 있습니다. 예컨대 산에서 뱀을 보면 사람들은 다 까무러치듯 놀랍니다. 왜 그럴까요? 조상이 뱀에 물린 기억이 심리적으로 유전돼 무의식 안에 저장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창세기에 뱀에 대한 부정적 표현까지 나오는 것입니다.

 이처럼 여러 가지 것들로 가득한 무의식은 낮에는 심리적 제어장치 때문에 잘 모르지만 밤이 되면 무의식 창고의 문이 활짝 열려 온갖 것이 꿈에서 활개를 칩니다. 그래서 길몽이나 흉몽 혹은 악몽을 꾸는 것입니다.

 문제는 낮에도 밤과 같은 현상이 일어날 때입니다. 바로 기도할 때입니다. 기도는 일상생활을 할 때에 외부로 향했던 마음의 눈이 자기 안으로 향하는 시간입니다. 즉 우리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시간입니다.

 이때 무의식은 자기를 바라보는 이의 눈앞에 온갖 것을 다 보여줍니다. 그래서 기도하려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흉하고 천한 허상을 보면서 놀라거나 스스로 자기 혐오감을 갖고 마귀의 짓이라면서 거부하거나 없애고 싶어합니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마음을 정화하기란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시도는 공기 중의 먼지를 다 없애고 싶다는 생각과 같은 것이어서 현실성이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답을 루카복음 2장 1-7절에서 찾아보겠습니다.

 요셉과 마리아가 베들레헴에 갔는데 여관에 방이 없어서 구유에서 아들을 낳았다는 기록. 여기서 여관은 우리 마음을 상징합니다. 우리 무의식은 여관방 같아서 온갖 것들이 다 들어차 있습니다. 마음 안에는 수많은 생각이 들어오고 나갑니다. 그 생각들은 어떤 것은 짧은 시간 동안 어떤 것은 아주 긴 시간 머물거나 혹은 마치 자기 집인 양 아예 자리를 잡고 사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관에 묵는 손님들 질이 좋지 않으면 여관 자체의 질이 낮아지듯 마음 안에 머무는 생각도 수준이 낮아집니다. 질이 좋지 않으면 우리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우리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한다는 것은 내 마음 안에 성가정을 초대하는 것입니다. 마음 안에 성가정을 초대하면 당연히 나를 찾아오는 생각도 그에 합당한 것들이 들어오게 됩니다.

 베네딕토 성인은 당신 제자들에게 이르기를 "기도하고 노동하는 수도자의 삶을 살되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일도 소홀히 말라"고 당부하셨다고 합니다.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이 수도원 방을 여관방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이곳에서 묵는 사람들은 당연히 수사들과 함께 기도하고 묵상해야 했기에 영성적인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성인이 뜻한 바는 방문객들이 수도자들의 게으름을 막는 역할을 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 마음을 갈파한 베네딕토 성인의 탁월한 수도원 운영방식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사람 마음에는 늘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문제는 어떤 손님을 초대하느냐는 것이지요. 다 쫓아내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게 사람 마음입니다. 따라서 기도하는 시간을 자주 갖고 성가정을 우리 마음에 머물게 하는 것이 마음을 비교적 깨끗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우리는 성탄 때 구유를 만들고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노래를 부르며 목가적 풍경을 상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마구간은 동물 냄새로 가득하고 옆의 여관방에는 가득 찬 손님들이 밤새도록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 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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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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