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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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176) Q. 봉헌 기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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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봉헌 기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성경을 보면 아이가 태어나면 하느님께 봉헌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리고 신앙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봉헌`이란 말을 많이 듣습니다. 봉헌은 헌금만 의미하는 줄 알았는데, 본당 수녀님께서는 자기 마음을 온전히 봉헌하는 기도를 하라고 하셔서 이해가 잘 안 됩니다.

 기도는 정결하고 흠 없는 마음을 봉헌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수녀님은 자기 마음을 다 봉헌하라고 하시니 그것은 마치 하느님께 지저분한 제 마음 안의 것도 바치라는 말로 들려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네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A. 형제님께서 선뜻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 이해됩니다. 우리는 흔히 하느님께 기도할 때는 분심 없이 온전한 마음으로 흐트러짐 없이 기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마음가짐으로 기도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요.

 그런데 그렇게 늘 같은 자세로 기도하다 보면 하느님과 나 사이가 몹시 어려운 관계 즉, 내가 하느님을 어려운 손님으로 맞는 그런 태도가 생겨 정작 내게 힘든 일이 생겼을 때도 하소연하는 기도를 못 한다는 결점이 있습니다.

 또 사람 마음 안에는 철없는 면도 있어 때로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고 불안하거나 심지어 천방지축 제멋대로이고 싶어하기도 하는데, 그런 본성을 지나치게 억압하다 보면 다른 심리적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봉헌기도의 의미를 알려면 마음의 구조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존을 위해 주어진 상황과 조건에 맞춰 자신의 기능을 활용합니다. 그리고 이 기능들은 시간이 가면서 사람마다 특별히 발달하거나 그렇지 않은 기능으로 차별화가 되는데, 발달한 기능은 중요 기능이 돼 의식에 남고 상대적으로 덜 발달한 기능은 무의식으로 들어갑니다.

 이렇게 무의식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발달이 덜 된 채 머물러 있기에 상당히 미숙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억압된 기능이 어느 순간 외부로 드러날 때는 비도덕적이고 야만적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도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의식의 잠재기능이 무조건 유치하고 해로운 것만은 아닙니다. 잘 개발하면 이런 원시적 본능은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예술 창조에 이바지하며, 일상생활에도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경직된 종교관에서는 어떤 종교이건 간에 이런 무의식 안의 잠재기능을 죄악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 마음 안에 있는 죄의 씨앗이라는 둥, 심지어 마귀의 잔재라는 등 아예 악한 것으로 규정하고 묻어버리려고 하거나 없애버리려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무의식 안의 잠재기능은 더욱 억압돼 그것이 분출될 때는 심하게 비도덕적이고 야만적 형태로 나타나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식의 삶을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법 없이도 살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폭행을 저지르거나 살인행위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억압구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이런 병적 현상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 마음 안의 모든 것, 좋은 것이건 흉한 것이건 모두 주님께 바치는 봉헌기도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서울 가좌동본당 주임으로 있을 때 어느 날 새벽 사제관 창 밖으로 누군가가 울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군가와 말다툼을 하는 소리 같았습니다. `아니 이 새벽에 어떤 놈이 싸움박질하고 난리야`하면서 창문 밖을 보니 성당 건물 앞에 세워진 예수님 상 앞에 누군가가 무릎을 꿇고 앉아 예수님 상을 향해 삿대질을 하면서 무슨 이야기를 토로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어떤 놈이 주정하나`하며 쫓아버리려 했는데, 생각해보니 술에 취해 주님을 찾아와 주정을 부리는 것도 마음을 편안하게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 주님께 기도했습니다.

 "주정꾼한테 새벽부터 시달리기 싫으시면 은총 한 바가지 퍼주셔서 보내시지요. 저는 이만 나머지 잠을 잘랍니다."

 이렇게 기도하고 다시 누워버렸습니다. 그런 뒤 어느 날 성당 보상문제 때문에 잠이 안 와서 한밤중에 나가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고 속상하고 힘겨운 마음으로 사제관으로 돌아오는데 느닷없이 그 사람 생각이 났습니다. 나도 그 사람처럼 주님께 주정이나 해볼까 하고 예수님 상 앞에서 미주알고주알 속풀이를 했더니 아주 속이 후련하더군요. 그 후로는 속상할 때마다 봉헌기도를 한답시고 주정기도를 하곤 합니다.

 무의식 안의 모든 것을 주님께 보여드리고 털어놓는 것은 심리치료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그래서 상담할 때는 가리지 말고 말하라고 하는 것인데, 이것은 기도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형제님께서도 주님을 너무 어려워하지 말고 주님을 아버지나 형으로 생각하고 형제님 안의 모든 것을 봉헌하는 기도생활을 하시기 바랍니다.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 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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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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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역대 14장 10절
아사가 주 자기 하느님께 말씀드렸다. “주님, 강자와 약자 사이에 싸움이 일어났을 때 당신처럼 도와줄 이 아무도 없습니다. 주 저희 하느님, 저희가 당신께 의지하여 당신의 이름으로 이 무리를 치러 나왔으니,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주님, 당신께서 저희의 하느님이시니, 아무도 당신을 당해 내지 못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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