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아! 어쩌나?] 185. 반석 위의 집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Q. 성경묵상을 하다 보니 반석 위에 집을 지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그런데 어떻게 살아야 그런 집을 지을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알 것 같은데, 그렇게 되려면 어떤 수련을 해야 하나요?
 

 A. 형제님은 루카복음 6장을 이야기하는가 봅니다.

 "나에게 와서 내 말을 듣고 그것을 실행하는 이가 어떤 사람과 같은지 너희에게 보여 주겠다. 그는 땅을 깊이 파서 반석 위에 기초를 놓고 집을 짓는 사람과 같다. 홍수가 나서 강물이 집에 들이닥쳐도, 그 집은 잘 지어졌기 때문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내 말을 듣고도 실행하지 않는 자는, 기초도 없이 맨땅에 집을 지은 사람과 같다. 강물이 들이닥치자 그 집은 곧 무너져 버렸다. 그 집은 완전히 허물어져 버렸다"(루카 6,47-49).

 마음이 반석 위에 지은 집처럼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많은 영성가는 이구동성으로 "하느님 앞에 머무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홀로 있는 시간, 외로움의 시간을 자주 가져야 한다고 말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외로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이 아닙니다. 사람을 옴짝달싹 못하게 묶어버리는 아주 고약한 감정이지요. 외로움의 포로가 돼버리면 마음의 평온은 깨지고, 나라는 존재는 아무 의미가 없는 듯 여겨집니다. 그리고 춥고 힘겨운 하루하루를 연명하듯 살아가야 합니다.

 이 외로움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감정들과는 달리 끈질기게 사람을 따라다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서라도 외로움을 덜어줄 사람을 찾아 헤맵니다. 친구를 만들고 배우자를 만나 부부생활을 하면서 외로움을 덜고자 합니다. 심지어 돈을 주고서라도 외로움을 덜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식으로 외로움을 덜고자 하는 시도는 일시적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신 안의 외로움을 들여다보거나 외로움 안에 머무는 시간을 가지려 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기초 없는 땅에 집을 짓는 사람들처럼 마음 기반이 약해서 작은 일에도 쉽사리 무너집니다.

 그러니 괴롭더라도 하느님 앞에 홀로 머무는 시간, 자신의 사무친 외로움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시간 안에서 굳어진 편견들이 깨져 나가고, 평소 못했던 창조적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 외로움의 시간 안에서 나와 함께 하는 이들에 대한 소중함도 느낄 수 있습니다. 외부와 차단된 수도원에서 학자가 많이 나오고 성인이 많이 배출되는 것은 `외로움의 영성`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나에게 주어진 어려움을 가능하면 피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이고 견디는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어떤 병약한 청년이 운동의 대가를 찾아가 "스승님, 저를 강인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십시오"하고 청했습니다. 그러자 스승은 마당에 놓인 큰 돌을 가리키면서 "저 돌을 밀어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하면, 너를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병약한 청년은 그날부터 매일같이 밥만 먹으면 그 바위를 밀어댔지요. 하지만 바위는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1년이 가고 2년이 가고 무려 10여 년이 지났습니다. 바위는 여전히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친 청년이 스승을 찾아가 따졌습니다. "세상사람 중에서 저 바위를 움직일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저는 도저히 못 하겠습니다."

 그러자 스승은 조용히 미소를 띠며 "그렇다. 저 바위를 움직일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네 모습을 보아라. 어떻게 변하였느냐?" 하면서 스승은 청년에게 거울을 줬습니다. 청년이 거울을 보자 10여 년 전 병약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울퉁불퉁한 근육질 남자가 거울 속에서 자기를 바라보더랍니다. 바위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바위를 밀면서 청년의 몸이 바뀐 것입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역경도 그렇습니다.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역경을 굳건히 참아내는 사람들은 내공이 생깁니다. 마치 수많은 전투를 치른 베테랑 군인들처럼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웬만한 일에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두툼한 배짱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많은 이들이 경외하는 마음을 갖는데, 그들 역시 처음에는 새가슴이었음을 생각한다면 나라고 못할 일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밝힌 방법들은 처음부터 무리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운동이 자기 체력에 맞게 해야 하듯, 영성훈련 역시 자기 마음의 힘에 맞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심리적 부작용에 시달릴지도 모르기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홍성남 신부
(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3-01-20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17

마태 22장 39절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또한,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