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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17. 저는 왜 이 모양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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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저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무슨 일을 제대로 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늘 부모님에게서 "너는 왜 하는 일마다 그 모양이냐" 하는 핀잔을 들었습니다. 저는 열심히 하는데도 별다른 결실을 보지 못하는 것이 한심스럽기만 합니다. 여자친구는 그런 저를 볼 때마다 괜찮다고 말해주는데, 저는 그 말마저 왠지 저를 위로해 주려는 말처럼 들려 자존심이 상하네요. 결혼을 포기할 생각마저 듭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다른 사람들처럼 잘살아보려고 인생 목표도 높이 잡고 나름 노력을 하는데도 별다른 변화 없는 자신이 짜증납니다. 어떻게 하면 확 바꿀 수 있을까요?

 
 A. 자신을 한심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은 자존감이 없어서입니다. 자존감이란 내가 나를 존중하는 마음을 의미합니다. `자존심 상한다` 할 때의 자존심과는 다른 말이지요. 사람의 마음은 자존감의 정도 여부가 아주 중요합니다.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인생을 잘 꾸려가지만, 자존감이 약한 사람은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돼 있고 인생살이도 영 시원치 않으니 말입니다.

 우리는 흔히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가정환경도 좋고 똑똑하고 인생에서 실패없는, 소위 `엄친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결점을 갖고 있으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신감보다 의구심을 가질 때도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서 당당하다는 말을 듣지만, 본인은 자신이 힘든 상황에서 얼마나 약해지는지 잘 압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비난받으면 상처 입고 말도 안 되는 모함을 받으면 속상해서 잠을 못 자는 것도 다 똑같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다를까요?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다가온 상황을 회피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하기를 갈망하고 시도합니다. 즉, 실수나 실패 혹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해서 자신을 한심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또한 거의 모든 사람이 상황이 안 좋으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온갖 잡생각에 휘둘림을 당하는데, 자존감이 있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통제할 줄 안다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어쨌거나 형제님 자신이 자존감을 회복하려면 우선 한심한 자신을 받아들이고 비난하지 않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자신이 변화하기를 바라기에 앞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변화의 첫걸음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나 속 좁아``나 돈 좋아해``나 여자 좋아해``나 잘 삐쳐``나 변덕쟁이야` 하고 자신의 결함을 그대로 `나 이런 사람이야` 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마음이 상당히 홀가분해집니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자신의 부족함을 그냥 받아들이면 희한하게도 마음이 아주 가벼워진다"고 했습니다.

 왜 가벼워질까요? 자기가 자기에게 거는 기대치가 낮아져 마음의 짐을 덜어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몸은 무거운 물건을 들었을 때 무게감을 느끼지만, 사람의 마음은 지나치게 높은 기대를 할 때 또는 변화할 것을 지나치게 독촉하고 몰아붙일 때 무거워집니다. 그래서 나타나는 심리적 부작용이 우울증과 불안증 등 이지요.

 혹자는 반문하기를 "그런 식으로 자신을 받아들이면 자족감에 빠져서 성장하려 하지 않고 게을러지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반대입니다. 자신을 한심한 사람으로 여기고 스스로 채찍질을 하면, 마음 안에 불편감이 가득 차 오히려 의욕을 잃고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집안에서 아이가 공부를 못한다고 부모님이 닦달하면 아이가 공부를 더 잘할 리가 없지요. 그런 현상이 내 안에서도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존중받을 때 기분이 좋아지고 집중력이 좋아져서 좋은 성과를 얻는 것이지, 어떤 완벽함을 추구하면서 닦달하는 것은 에너지만 소모할 뿐 인생길에서 성공 가도를 걷기 어렵습니다. 형제님은 자신이 모르는 장점이 있을 것이고, 여자친구가 형제님을 떠나지 않고 격려해주는 것은 형제님이 보지 못하는 장점을 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니 심하게 자신을 비하하지 말고, 한심하다고 여겨지는 자신을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자존감 문제는 신앙인들에게서도 자주 나타납니다. 허구한 날 똑같은 죄를 짓는 한심한 죄인이라고 자신을 몰아붙이는 것을 정상적 신심생활이라고 여기는 분들이 많은데, 이는 길을 잘못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완벽한 신앙인을 목표로 심하게 자신을 몰아붙이면 종교적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크기에, 죄짓고 사는 자신을 하느님께서 받아주실 것이라고 믿고 자신도 그렇게 자기를 받아들이는 신앙생활을 해야 건강한 신앙인이 될 것입니다.


     홍성남 신부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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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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