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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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44. 자꾸 짜증이 납니다

홍성남 신부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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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일을 하다보면 자주 짜증이 나곤 합니다. 제 몸이 약한 탓인지 그리 오래 일을 하지 못하는데 그런 저 자신이 너무나 짜증나고 일을 제대로 못 하는 것에 대해 심하게 우울한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은 이런 저를 보고 무리하지 말고 쉬라고 하는데 저는 그런 말을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제가 몸이 약한데도 그렇게 살면 어른이 돼서 굶어 죽기 십상이라고 하시면서 늘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셔서 저는 늘 골골하면서도 일을 손에서 놓지 못했습니다. 어른이 돼서 몸이 시원찮은데도 제 마음속에서는 `그렇게 살다간 굶어 죽어` 하는 소리가 들려서 늘 힘들게 일하고 병들고 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제가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A. 자매님의 인생이 참으로 고달프군요. 지금처럼 사시다간 제 명대로 살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사람이 짜증을 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일입니다. 세상사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에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짜증을 내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자매님 경우는 보통 사람들과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매님은 심하게 지친 상태에서 감정적 불편함이 올라온 경우입니다. 사람은 몸이나 마음이 지치면 당연히 쉬어야 합니다. 휴식을 주지 않으면 사람이건 동물이건 짜증을 내기 마련이지요.

 이집트의 낙타들은 손님들을 태우고 피라미드 주위를 도는 것으로 돈을 법니다. 그런데 관광객 중에서 그냥 낙타를 타고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을 때 낙타는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마치 군대에서 훈련병들이 얼차려를 받듯이…. 그렇게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낙타의 얼굴은 짜증이 가득하고 입에서 불평하는 듯 구시렁거리는 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지쳐서 쉬어야 하는데 돈독이 오른 주인이 같은 동작을 지치도록 시키니 낙타가 짜증 낼 만도 한 것입니다. 자매님은 바로 이런 낙타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자매님은 자신을 그만 채찍질하시고 자신을 쉬게 해주셔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조언해도 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초자아`의 잔인한 도덕성 때문입니다. 사람 마음 안에는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초자아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초자아는 사람이 충동적으로 법을 어기면서 자기 욕구를 충족하려는 미숙한 행동에 제동을 거는 마음 안의 경찰입니다. 그런데 이 초자아가 지나치게 굴 경우 사람들은 마치 폭군에게 시달리는 백성과 같이 지치도록 일하고 또 일해야 하는 노예살이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폭군 같은 비대 초자아를 어떻게 하기 어려운 것은 이것들이 마치 자신들이 하느님의 말씀인 양 행세하기 때문입니다. 그럴듯한 도덕적 명분을 가지고 사람들이 쉬지 않고 일하도록 채근하기 때문에 그런 초자아를 자신의 양심으로 착각한 사람들은 쉬는 것은 죄짓는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해 지친 낙타처럼 짜증을 내면서도 일하고 또 일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살다 보면 기도하는 마음은 점점 더 무겁고 지겨워지고 하느님이 사랑스런 분, 나의 아버지가 아니라 무섭고 폭압적인 하느님, 나를 노예처럼 착취하는 하느님으로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나라의 왕이 폭군일 때 백성들은 들고일어나서 폭군을 몰아내온 것이 인간의 역사입니다. 그렇듯이 내 안의 폭군도 대화의 대상이 아니라 제거해야 할 악성 바이러스입니다. 내 안의 소리가 아무리 하느님의 소리, 마치 부모님의 말씀처럼 들릴지라도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는커녕 나를 두려움과 불안감에 떨게 하고 나를 지치게 한다면 그것은 내 안의 폭군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잘 식별해 제거하시고 정말 나를 이끌어주고 나를 아껴주는 말씀으로 마음을 채우시길 바랍니다.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니 많이 힘드신 경우 전문상담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홍성남 신부님과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전화는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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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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