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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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52. 요한 세례자의 영성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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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성경공부를 하는데 요한 세례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성경공부 지도자가 말씀하시길 요한 세례자는 아주 엄격한 분이셨다, 놀지도 입지도 않고 늘 경건하게 광야에서 외따로 사셨다고(루카 3,1-18) 하면서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성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그분은 당신이 말씀하신 대로 사시는 분입니다. 그런데 그분을 보면 외경심과 더불어 왠지 모를 피곤함을 느낍니다. 제가 믿음이 부족하고 그분 말씀처럼 세속적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답:
그렇지 않습니다. 그분처럼 놀고먹고 하는 일에 신경을 쓰는 것은 세속적이라면서 아주 엄격한 삶을 사는 분들이 계십니다. 물론 본인의 취향이야 어쩔 수 없지만 대개 그런 분들은 다른 사람에게 무언의 강요를 하거나 때로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말을 해서 좌중을 썰렁하게 만들곤 합니다. 왜 그런가? 세속 운운하면서 심리적 억압이 많아서 그런 것입니다. 마음 안이 편치않고 부정적 투사가 심해서 심성이 그리 곱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입니다.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 혹은 감정을 어떻게 잘 해소하는가에 따라 대인관계를 비롯한 여러 가지 능력들이 빛을 발하거나 반대로 바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긴장을 풀고 숨어 있는 감정을 표면으로 올라오게 해서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장 좋은 것은 놀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심각한 대화를 하거나 진지하게 일을 할 때에는 심리적으로 긴장해 여간해서는 자기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에서는 결실도 별로 좋지 않습니다. 마치 야구선수가 몸에 힘이 들어가면 안타를 치지 못하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 사람이 같이 놀이를 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웃고 떠들면서 자기 안의 감정이 표출되고 심리적 긴장이 풀리고 유연해집니다. 생각의 범위도 넓어지고 판단력도 좋아집니다. 그래서 잘 노는 사람이 인간관계도 좋고 일도 잘한다는 말을 듣는 것입니다.

놀이가 인생살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2010년 칠레 산호세광산이 무너지면서 많은 광부가 매몰됐습니다. 모두가 다 죽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그 광부 중의 한사람 루이스 우르수아라는 리더가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해 33명 전원이 생존하는 기적 같은 일이 생겼습니다. 루이스 우르수아가 사용한 방법 중 가장 탁월한 것은 바로 놀이였다고 합니다. 어둡고 덥고 습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루이스 우르수아는 매일 정기적으로 오락시간을 가져서 사람들의 긴장감을 없애주었습니다. 그래서 광부들은 구출될 때에도 월드컵 축구에 대해 농담을 하면서 나오는 여유를 보였다고 합니다.

놀이는 아이를 키울 때도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요즈음 먹고살 만한 가정의 아이들이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왜 그런가? 어떤 부모들은 아이에게 돈을 주는 것으로 부모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위험천만입니다. 만약 강아지를 키우는데 사료만 주고 같이 놀아주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강아지가 주인을 따를 리 없고 성질이 안 좋아집니다. 그래서 아무거나 물어뜯는 못된 짓을 합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와 감정적 교류가 없는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미성숙하거나 공격적이 돼서 문제아가 됩니다. 자신과 감정공유를 하지 않는 부모에 대한 무의식적인 복수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심리치료에서는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신앙생활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주일을 지키는 것은 바로 하느님과 우리 사이의 특별한 날을 가지기 위해서입니다. 즉 하느님과 하루를 함께 놀고 신자분들과 놀이 시간을 가짐으로써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심리적 긴장을 해소함으로써 심리적 신체적 건강을 가지려는 것입니다. 웃고 떠들면서 잘 노십시오. 그것이 대인관계를 포함한 신앙생활에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전화는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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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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