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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73. 신자와 긴 상담에 힘이 드네요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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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본당 사목을 한 지 얼마 안 되는 보좌신부입니다. 제 방으로 상담 전화가 자주 오는데 사연을 듣다 보면 두 시간 때로는 세 시간이 걸릴 때도 있어서 좀 힘이 듭니다. 그리고 전화 상담하고 난 후에는 오랫동안 그분의 아픔이 느껴져 다른 일을 하기 어려울 정도이고 저 자신이 지쳐가는 느낌입니다. 단지 전화 상담을 했을 뿐인데 쉽사리 지치고 피곤해 하는 저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답 : 신부님의 마음이 참으로 따뜻합니다. 그러나 마음과 현실은 다르지요. 아무리 열심한 마음을 가졌어도 몸이 따르지 않으면 피곤할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신부님께 몇 가지 조언을 드릴까 합니다.

우선 전화 상담이건 직접 면담이건 간에 시간을 정해놓고 하셔야 합니다. 상담 이론에서는 상담 시간은 한 시간을 넘기지 말라고 합니다. 이유는 한 시간을 넘기면 듣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말하는 사람도 초점 없는 말을 하염없이 늘어놓을 가능성이 높아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이 피곤함을 느끼는 것은 신자분들에 대한 사랑이 식어서거나 신부님이 게을러서가 절대로 아닙니다. 이유는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쉬울 듯하지만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를 보더라도 두 시간 강의보다 한 시간 들어주는 것이 더 힘들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왜 그런가? 사람은 대화의 주도권을 가졌을 때는 편하지만, 상대방이 주도권을 가지고 말할 때에는 상당한 피곤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상담을 하는 분들의 이야기가 어렵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들이기에 듣는 사람 역시 상당한 심리적 고통을 같이 겪고 피곤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상담하는 사람들은 한 시간을 넘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친 자신을 추스르는 시간을 반드시 갖는 것입니다.

상담하고 난 후 마음의 아픔을 느끼시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그런 감정은 신부님이 분명한 사제 성소를 가지셨음을 알려주는 마음의 신호입니다. 그런데 지나치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선 신부님이 신자분들의 고백으로 인하여 생긴 마음 아픔이 너무 오래 지속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의 소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소위 ‘착한 목자 콤플렉스’입니다. 착한 목자는 사제들의 목표 지향점이지만 지나치면 병적인 콤플렉스가 될 위험 소지가 있습니다. 마치 착한 아이 콤플렉스처럼….

부연 설명하자면 지나치게 아픔을 오래 간직하는 것은 오히려 하느님께서 개입하실 자리를 내가 차지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즉 지나친 동정심은 상대방의 인생에 대하여 내 능력 이상으로 개입하고 싶은 욕심에 근거하기도 하기에 하느님보다 한 발짝 뒤에서 신자분들을 위하여 기도해드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사제 생활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과 비슷합니다. 따라서 신부님도 긴 안목으로 자신의 삶의 리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상담가들은 심리적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즉 자신에 대한 관심과 타인에 대한 관심이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자신에 대한 관심이란 자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잘 유지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얼핏 들으면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모든 것을 내놓아야 하는 것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만 사제가 건강을 해치면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교회이고 교우분들이기에 자신을 잘 돌볼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사제는 교우분들에 행복을 전해주어야 하는 사람들이기에 본인 자신이 행복감 건강함을 가져야 합니다. 만약 사제가 병든 마음, 병든 몸을 가졌다면 교우분들을 돌보기는커녕 동정과 핀잔의 대상이 될지언정 본받을 만한 사제가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신을 비하하지 마시고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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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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