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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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72. 사제 생활이 왜 힘들까요?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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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사제품을 받을 당시 가슴 벅찬 기분은 어디 갔는지 찾기 어렵고 사제 생활 10년이 넘어가면서 몸도 마음도 힘들기만 합니다. 사제 생활이 저에게 과분하다는 생각도 들고, 하는 일도 없는데 힘들어하는 저 자신이 한심하기만 합니다. 어린 시절 힘들었던 기억, 가난했던 기억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사제가 되고자 하였는데 그런 결심조차 점점 더 희미해져 갑니다. 그래서 가끔 옷을 벗어야 하나 하는 생각조차 듭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회 친구들은 저를 보고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 빈정거립니다. 직장 생활보다 더 편한 삶을 사는 것 같은데 왜 갈수록 힘이 드는 것일까요?



답:
신부님의 고민은 아마도 신부님 혼자만이 아니라 많은 사제의 고민일 것입니다. 사제품을 받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에는 신자분들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느라 사제 생활의 고단함을 느낄 시간조차 없지만, 신부님처럼 10년 차 정도가 되면 여러 가지 비난도 받아야 하고 내적인 고단함도 느껴야 하는 시기가 옵니다. 이 시기가 앞으로의 사제 생활의 방향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시기이니 사제로서의 정체성을 갖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우선 사제 생활이 왜 힘이 드는지에 대해서는 지난번 외적 요인에 대해 설명해 드렸습니다만 이번에는 내적인 문제를 설명해 드릴까 합니다. 사람은 천성적으로 이기적 성향을 타고난 존재입니다. 사람이 가진 모든 생존 기제들은 자신을 위한 것이란 말입니다. 인간은 평생을 자기 욕구 충족을 위한 삶을 삽니다. 그래서 사람이 이타적인 삶을 살기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란 것입니다. 예컨대 다른 사람이 칼에 찔린 것과 신부님 손바닥에 가시가 박힌 것 둘 중의 어느 것이 더 아플까요? 당연히 내 손바닥의 가시가 더 아픕니다. 또 다른 사람이 굶어 죽을 정도가 된 것과 내가 하루 굶은 것은 어떤가요? 당연히 내 배가 고픈 것이 더 현실로 다가옵니다.

이렇게 사람은 자신을 위한 삶을 살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이타적 삶을 살고자 하는 종교인들은 내적으로 힘이 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사람의 삶이 이러하기에 어떤 영성가는 이타적 삶을 사는 종교인들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와 같다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흐르는 물이 아니라 거꾸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삶 - 끊임없이 기도하고 자기 성찰을 하면서 자신 안의 욕구와 반대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종교인들의 삶은 말 그대로 연어의 삶과 같습니다. 그래서 열심한 종교인들일수록 더 힘이 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더욱이 신부님의 경우는 다른 사제들보다 더 힘이 들 수 있습니다. 왜 그런가? 신부님의 성장 과정에 상처가 많기 때문입니다. 만약 연어에 상처가 많다면 힘이 셀까요? 그렇지 않겠지요. 상처를 많이 입은 연어들은 힘을 쓸 수가 없어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다른 연어들에 비하여 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신부님의 경우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힘든 조건을 가지고 있으니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하여 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신부님이 하셔야 할 일은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입니다. 마음 안의 상처들은 치유를 해주지 않으면 치유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서 현재의 삶을 어렵게 만들거나 내 의지와 상관없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를 이끌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기에 신부님의 어린 시절에 대한 상담을 받으시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상담을 통하여 상처가 아물어가면 지금보다 훨씬 덜 힘들게 살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약한 나를 인정하시라는 조언을 드립니다. 성녀 마더 데레사는 늘 하느님과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약함, 감정적 차가움과 하느님에 대한 불신감을 고백하였습니다. 그분은 그런 약한 나를 통하여 하느님께서 당신의 크신 일을 하게 하신 것입니다. 신부님께서도 약한 나를 하느님께 매일 봉헌하는 사제가 되시기 바랍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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