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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74. 지나친 동정심을 가진 봉사자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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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저희 본당에는 아주 열심한 교우분이 계십니다. 성당의 거의 모든 일에 관여하고, 특히 외부 봉사 활동에 아주 열심하십니다. 그런데 이분이 다른 교우분들과 대화를 하실 때 당신이 다니는 시설의 열악함을 말씀하시면서 신자라면 당연히 그런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셔서 여러 신자분들이 그곳을 같이 방문하였습니다. 저 역시 그분의 등쌀에 밀려서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생활하시는 분들과 봉사자들이 우리 신자들을 별로 반기지 않고 오히려 부담스러워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교우분이 그 시설 사람들은 예의가 없다, 감사할 줄 모른다는 등 비난을 하더니 발길을 끊어버리는 것입니다. 도대체 그분이 왜 그러시는 것인지요. 다른 교우분들은 그분과 대화하는 것을 꺼리고 저도 그분을 만나면 마음에 부담감이 느껴집니다.

답: 우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분의 성격이 그리 건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건강한지는 그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얼마나 피로감을 느끼는가? 혹은 얼마나 에너지를 받는가로 알 수 있습니다.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힘을 줍니다. 그래서 지친 사람들, 마음이 병든 사람들이 대화를 통해 회복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신자분은 지배 욕구가 강한 성격장애자인 듯합니다. 이분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자기 아래에 두고 싶어 합니다. 그런 분들과 대화하면 상대방은 심리적으로 심한 압박감을 느끼고 심지어는 아주 심한 피로감을 느낍니다. 신부님과 교우분들이 그분을 만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그분이 가진 또 다른 문제는 지나친 동정심입니다. 불쌍한 사람들을 보면 동정심이나 연민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다른 감정과 마찬가지로 지나친 동정심은 금물입니다. 왜냐하면 지나친 동정심은 그 이면에 다른 감정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방어기제 중 반동형성이라고 하는데 지나친 동정심에는 반대로 적개심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어떤 대상에 대해 지나치게 동정심을 갖는 사람들은 상대방이 고마워하지 않거나 형편이 나아졌을 경우 심하게 거부감을 갖거나 불편한 심정을 토로합니다. 그들이 그냥 자기가 주는 동정심을 받아먹고 사는 처지에서 벗어나지 말기를 바라는 무의식적인 소망이 채워지지 않은 데 대한 불편한 감정인 것입니다.

세 번째 문제는 지나친 동정심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자 자신의 어두운 면을 숨기기 위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일부러 혀를 차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하는 등의 연출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괜찮은 사람으로 보아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또한 이런 방어기제는 자기의 허물을 숨기기 위한 위장 수단이나 다른 사람들을 기만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괜찮은 봉사자는 어떤 사람들인가? 자신이 봉사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 오히려 봉사 활동을 통해 얻는 것이 많다고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분들은 봉사 활동을 하면서 대가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동정심이나 봉사는 무의식적으로 수직적 관계, 불평등한 관계를 만들기에 심리적으로 병적인 상태로 갈 위험이 큽니다. 그러나 존중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이 아무리 도움을 받는 처지일지라도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기에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자존감에 상처 입을 일 없이 진정한 친구 관계를 만듭니다.

문제는 경제학자인 그레셤이 “악화가 양화를 몰아낸다”고 말하였듯이 공동체 안에서도 대개 내적인 질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소리가 크고 반면에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 신자들은 조용한 기도 생활을 하기에 신부님께서 식별을 잘하셔야 할 것입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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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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