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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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78. 자꾸 짜증이 납니다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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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본당 주임으로 사목하면서 자꾸 짜증이 나서 힘이 듭니다. 교우들이 제가 준비한 것들을 제대로 따라오지 못할 때 울컥하고 짜증이 올라오고 그래서인지 강론 때도 신자들을 야단치듯이 말하게 됩니다. 저도 좀 부드럽게 말하고 싶은데 잘 안 되네요. 그리고 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면 주눅이 든 눈으로 바라보는 신자들의 모습이 또 저를 화나게 합니다. 이래도 화가 나고 저래도 짜증 나는 저 자신이 왜 이런 것인지요?



답:
신부님은 그나마 자신의 문제를 알고 싶어 하셔서 다행입니다. 때로는 자기는 아무 문제가 없고 자기 뜻대로 안 따라오는 신자들이 수준 이하라는 등 애꿎은 신자들을 비난하는 성격 장애인들도 적지 않은데 그래도 신부님은 심리적으로 건강한 분이십니다.

신부님의 문제는 첫 번째가 기대에서 오는 실망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를 합니다. 신부님도 아마 본당을 더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목 방안을 만들었는데 신자분들의 호응이 시원치 않아서 마음이 불편하신 듯합니다.

그런데 신부님들이 신자들에게 거는 기대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거의 비슷합니다. 신자들을 수도자처럼 여기거나 혹은 수도자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기도도 많이 하고 본당 단체 활동과 본당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를 바랍니다.

그런 모든 것들의 본질적 내용은 신자들을 수도자로 보고 그런 기대감을 가진 데서 온다는 것입니다. 물론 신자들과 더불어 본당을 수도 공동체로 만들고자 하는 바람은 틀린 것은 아닙니다. 초대 교회로부터 중세 교회에 이르기까지 우리 교회는 그런 지향으로 살아왔고 그런 삶을 통하여 그리스도를 전파하여 왔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수도자적인 삶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란 것입니다. 내적인 건강함을 가진 사람들이 그런 힘겨운 수행 길을 갈 수 있지 마음의 상처가 많거나 결핍 욕구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그렇게 사는 것이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신부님이 신자들에게 거는 기대 수준을 대폭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같은 딜레마에 빠져서 오랫동안 힘들었었는데 신자들이 마음의 병을 가진 환자들이라고 생각하면서부터 홀가분한 기분이 들더군요. 그리고 실제로 우리 교회는 수도원이기도 하지만 힐링 센터, 마음의 병을 고쳐주는 곳이기도 하기에 신부님께서 수도자적인 삶을 살 만한 힘을 가진 신자와 마음의 힘이 약하거나 병든 신자들을 구별해서 사목하신다면 지금의 내적인 갈등은 줄어들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신부님 자신을 그만 몰아붙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개 어린 시절 지나치게 엄격한 부모로부터 야단을 맞고 자란 사람들이 어른이 돼서도 대화를 하기보다 야단을 치는 경우들을 많이 봅니다. 따라서 신부님께서는 자신을 여유롭게 편하게 쉬게 해주는 시간을 자주 갖도록 하시길 바랍니다.

내적 관계는 외적 관계로 연장된다고 합니다. 내 마음이 숨 쉴 틈도 없이 쫓기듯 사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쥐몰이하듯이 몰아붙이는 사목을 하게 됩니다.

신부님이 야단칠 때 주눅이 든 신자들을 보면서 화가 나는 것은 투사 때문입니다. 신부님이 어린 시절 야단을 맞으면서 주눅이 들었던 모습을 신자들에게서 보면서 묻어두었던 분노와 짜증이 올라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부님이 제일 먼저 하셔야 할 것은 내가 만든 일에 사람들이 따라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에 신부님이 다가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일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우선이란 것을 유념하셨으면 합니다.

사람의 마음이 따뜻하면 주위 사람들이 내게도 옵니다. 그러나 아무리 내가 하는 사목이 옳다고 할지라도 그 마음이 황량하고 춥다면 아무도 내 곁에 오지 않는 것은 자연의 이치입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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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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