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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79. 너무 엄한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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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문: 저는 새내기 보좌 신부입니다. 본당 주임 신부님은 엄하기로 소문난 분이십니다. 말씀이 없으신 데다 감정 표현도 없으셔서 같이 식사할 때는 참 어렵습니다. 신자들도 주임 신부님을 아주 어려워합니다. 별말씀은 않으시지만 칭찬 한마디 없이 가끔 차가운 느낌이 드는 질책만 하시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말씀하시는 것은 사회 문제인데 사회 문제와 사람들에 대하여 비판을 하실 때는 너무 심하셔서 듣는 사람들의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검소하게 사시고 기도도 열심히 하시는데 왜 차갑고 몰인정한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목하시는 것도 무섭습니다. 당신 마음에 들지 않는 단체는 바로 해체해 버려 상처 입은 신자들이 한두 분이 아닙니다. 주임 신부님께서 왜 그러시는지요? 제가 주임 신부님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요. 또 상처받은 신자들은 어떻게 해드려야 하는지요.

답: 새 신부님이신데 아주 독한 시어머니를 만나셨습니다. 같이 식사하기 어렵다는 고백이 이해가 갑니다. 그런 분들은 식사 자리를 정신적 고문하는 자리로 만들기 일쑤지요.

주임 신부님 성격이 아주 독특하네요. 우선 칭찬이 없다는 것은 그분의 초자아가 비대해진 때문입니다. 사람의 마음 안에는 도덕적인 통제를 하는 자아가 있습니다. 이것이 다른 자아들과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데 너무 비대해졌을 경우 문제가 발생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행위가 자기 도덕 기준에 비추어서 수준 이하라고 여길 때에 독하고 몰인정한 비판을 서슴지 않습니다. 대개 이런 분들은 심리적 방어기제인 내사가 심합니다. 위에서 누가 지시를 하면 알아서 더 심하게 아랫사람들을 고문하는 것을 내사라고 하는데 내사가 심한 분들은 외적으로는 열심인데 내면은 사형장의 망나니 같아서 사람들에게 칼을 휘둘러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또 이렇게 내면이 심각한 고문 장소로 전락한 분들은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봅니다. 선과 악 정의와 불의. 그런데 그 껍질을 한꺼풀 벗겨보면 실상은 내 마음에 드는 것과 들지 않는 것이란 아주 유아적인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어른스런 척하지만 내면은 심각한 퇴행 현상과 분열 현상으로 황폐해졌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자기 도취 때문입니다. 그릇이 작다는 것이지요. 우물 안 개구리들은 자기들이 본 것이 세상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이 좁은 사람들은 쉽게 자아 도취에 빠집니다. 이제 더 공부할 것 없어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그때부터 도사인 양 다른 사람들을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잔소리를 하고 심지어는 비난하고 단죄하는 일을 서슴지 않습니다. 자신이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사는 사람은 기도도 많이 하고 열심히 사는데도 사람들이 가까이하려 하질 않습니다. 살기와 피곤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은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언제 그분 안의 불똥이 나에게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신부님은 식사를 함께하셔야 하니 그저 그분이 하는 말을 들어만 드리고 아무 대답도 안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대개 그런 분들이 말꼬투리를 잘 잡기 때문입니다. 상처 입은 신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분들이 하는 말에 그저 말없이 잘 들어만 주시면 됩니다. 혹 한 마디라도 그분들의 말씀에 동조하시면 바로 그 말이 주임 신부님에게 전달되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는 속담을 유념하셔야 합니다. 어찌되었건 간에 첫 본당이신데 아주 힘든 시간을 가지게 되셨군요. 그러나 세상사가 늘 평안할 수는 없지요. 또 주임 신부님처럼 괴팍한 분을 다시 만날 확률은 낮습니다. 그러니 앞날에 대하여 미리 걱정하지 마시고 주임 신부님처럼 되지 않으려면 공부 많이 하시고 경험 많이 쌓으시고 교우분들과 따뜻한 대화 많이 나누시길 바랍니다. 신부님의 마음 그릇이 커질수록 신부님이 하실 일이 더 많아지고 신부님을 통하여 위로받을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입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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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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