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아! 어쩌나] 281. 나는 사제인가?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문: 어린 시절부터 신심 깊은 부모님에게서 “너는 사제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듣고 자라서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신학교에 갔고 사제가 되었습니다. 본당 사목을 하면서 신자들과의 관계도 원만하고 괜찮은 본당 신부라는 좋은 평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마음과 몸에 피로가 누적되는 듯합니다. 그래서 일을 줄이려고 하였는데 신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해 그러지도 못하고 제게 무리가 될 정도로 사목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쓰러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겁이 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쓰러진 신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두려움이 더 커집니다. 얼마 전 TV 특강을 보았는데 자기가 선택한 것이 아닌 외부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사는 사람은 자기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제가 사제 생활을 하는 것이 정말 나의 인생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요. 제가 과연 사제로서 지금처럼 사는 것이 좋은 선택인지 갈등 중입니다.

답: 신부님의 갈등은 사제 생활을 하는 데 아주 중요한 감정의 시간입니다. 갈등이란 태풍이 바다를 뒤집어서 더 풍요롭게 하듯이 자기 마음 안을 뒤집어놓아 자기 안의 여러 잠재력을 불러일으키는 심리 치료적으로 아주 좋은 현상입니다. 만약 신부님이 아무런 갈등 없이 사제 생활을 하였다면 오히려 여러 가지 심리적 부작용을 불러왔을 것이고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하지 못하는 독불장군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신부님의 경우 부모님과의 정서적 분리를 위해서는 그런 갈등이 필수라고 생각됩니다. 흔히 순종적이고 착한 아이들은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고 마치 음식을 씹지 않고 먹듯이 부모님의 말씀을 그냥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그다음에 생기는 심리적 부작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부모님의 말씀이 내 안에서 아주 강력한 도덕적 잔소리로 변질되어서 나를 몰아붙이는 잔소리꾼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내 안의 생각이나 감정들은 뒤안길로 밀려나 버리고 내 인생이 내 것이 아닌 타인의 것으로 되어버려서 몸과 마음이 따로따로 움직이는 듯한 심리적 부작용을 겪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라고 하는 소리에 밀려서 자신의 체력보다 무리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부님이 갖는 갈등은 앞으로 사제 생활뿐만 아니라 신부님의 인생을 거듭나게 하는 데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다만 갈등이 갈등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갈등은 새로운 삶을 모색하라는 신호이기 때문에 그 다음 단계로 들어가야 합니다. 신부님은 신자들과 무난한 삶을 살고 있으니 사제직이 신부님에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지 더 활력에 찬 사목을 하려면 자기 탐색을 하실 필요가 있고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말을 하고 글을 써서 자기를 드러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의 소리에 밀려서가 아닌 자신이 만들어가는 사제 생활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본당 신부는 나무와 같은 존재입니다. 나무는 뿌리가 깊어야 물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고 그래야 가지가 하늘 높이 뻗을 수 있고 잎이 무성하게 자라 그늘이 생기고 사람들을 쉬게 할 수 있습니다. 본당 신부도 그런 나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열정과 호기심입니다. 열정은 심리적 뿌리가 깊어지고 굵어지게 해서 심리적 자양분을 빨아들이게 하고 그런 영양분은 나뭇가지를 하늘을 찌를 듯이 높게 하듯이 호기심을 발동시켜서 하느님의 말씀을 다양한 시각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호기심을 갖게 합니다.

이렇게 열정적이고 즐거운 사제 생활을 하려면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에 앞서 자기 감정 자기 생각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신부님처럼 순종적인 분들은 이미 내 안에 자리 잡은 많은 생각들에 도전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반항기 없이 자란 아이들이 병약하듯이 도전하지 않는 자세는 마음을 병들고 위축되게 하기 때문입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5-01-2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8

시편 34장 6절
주님을 바라보아라. 기쁨에 넘치고 너희 얼굴에 부끄러움이 없으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