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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80. 마귀가 보인다는 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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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문 : 교우 한 분이 어떤 모임을 다녀오시더니 성령을 받았다고 하면서 마귀들이 보인다고 합니다. 그분은 평소에 아주 조용한 분이셨는데 그 모임을 다녀오셔서는 기도할 때에도 큰소리로 하고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셨습니다. 기도할 때 큰소리로 “아버지 아버지 믿습니다” 하고 소리치며 기도하셔서 주위 사람들이 ‘저 사람이 다른 종교로 개종했나’ 하는 말들을 할 정도입니다.

또 늘 뒤로 물러서고 사양하시던 분이 마치 신들린 무당처럼 행동하고 저를 보는 눈도 전과는 달리 무엇인가 도전적이어서 만나기가 불편합니다. 그런데 본당 신자들이 그분을 어려워하면서 심지어는 기도를 부탁하는 분들도 생겼습니다. 평소 아주 얌전한 분이셨는데 왜 이런 일들이 생긴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주일미사는 빠지지 않고 나오시는데 왠지 낯선 느낌이 들고 제가 그분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답 : 가끔 그런 분들이 계십니다. 그래도 그분은 정신병은 아닌 듯싶습니다. 정신병까지 간 분들은 환시와 환청을 듣기도 합니다. 하느님이 자기에게만 계시를 주셨다거나 혹은 기도 중에 천사를 보았다고 하는 분들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대인관계도 왠지 단절되고 이야기만 꺼내면 이분법적으로 대화하는 사람들 세상을 오로지 선과 악 두 가지로만 분류하는 사람들은 일단 정신 건강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 자매는 그런 정도는 아닌 듯하고 아마도 신경증과 정신병의 경계 선상에 있는 분인 듯합니다.

무슨 일이 생기기만 하면 마귀 운운하는 분들은 대개 심리적으로 취약해서 자기 안을 들여다볼 엄두를 못 내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은 자신 안의 어두운 부분들을 마귀가 자신에게 던지는 유혹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불편한 감정들은 정화해야 한다 없애야 한다 그 빈 부분을 성령의 빛으로 채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자신 안의 어두운 부분 불편한 부분은 마귀 짓이라고 투사를 합니다.

투사는 자신의 마음을 방어하려는 무의식적 기제인데 자기 문제를 다른 대상에게 전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악은 존재합니다. 그러나 사람 마음 안의 어두운 부분이 온통 악의 서식지인 것은 아닙니다. 마음 안에는 건강한 자아 병든 자아 미숙한 자아 문제아 같은 부분 그리고 아주 사악한 부분까지 마치 일반 사회처럼 다양한 자아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만약 어떤 외국인이 한국에서 정신병자 한 사람이 아주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국 사람 전체를 그런 사람으로 본다면 어떨까요? ‘네가 미친 놈이다’라고 할 것입니다. 사람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분들은 심리적인 지식도 전혀 없을뿐더러 인내심도 약해서 그런 식으로 내 편 네 편을 갈라놓고 심리적 안정감을 찾으려고 하는 것인데 이렇게 모든 것을 다 마귀 탓으로 돌리는 분들은 대개 심리적으로 퇴행 어린아이 같은 상태 미숙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기도할 때에도 아이 같은 소리를 합니다. “아버지 하느님” “어머니 성모님” 이런 호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빠 아빠” 하고 혀짧은 소리를 하기도 하고 성모님을 부를 때에도 어린아이처럼 “엄마 엄마” 하기도 합니다.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피터팬 증후군도 이분들이 가진 정신적 문제 중의 하나입니다.

또한 그 자매는 열등감이 심하고 부모님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듯합니다. 기도할 때에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게 여길 정도로 “아버지 하느님”을 부르는 것 “믿습니다”라고 소리치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불안하다는 증거입니다. 신앙생활은 부모 자식 관계와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여러분의 자식이 부모님을 볼 때마다 “아버지 어머니 믿습니다”라고 소리소리 친다면 여러분은 그 자식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효자 효녀라고 볼까요? 아니면 ‘저 아이 큰일 났어. 정신병원에 보내야 하는 것 아냐?’ 하면서 걱정이 들까요? 정신 건강의 상태는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은 기도를 하는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말을 사용하는가로 판단하는데 그 자매의 언행으로 보아 건강한 분은 아닌 듯합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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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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