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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81. 갑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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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문: 사석에서 교우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갑질 논란이 생겼습니다. 좌중의 분들이 너무 심하게 갑질한 사람들을 몰아붙여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인데 비난하기에 앞서 왜 그런 행동을 하였는지 이해해보는 시도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였다가 제가 비난을 받았습니다.

“사제가 가난한 사람들의 편을 들어야지 가진 사람들 편을 드느냐?” “보좌 신부님처럼 젊은 분이 그러시면 더욱 안 된다”고 핀잔을 주더군요.

물론 갑질한 사람들이 잘못한 것이 명백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용서해줄 사람이 아니란 듯이 비난하는 것은 왠지 아닌 듯싶습니다. 갑질 논란이 생기면 유독 분을 못 참는 사람들은 왜 그런 것일까요? 그리고 제가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자고 한 것이 정말 부자들의 편을 드는 것인가요?

답: 신부님이 곤욕을 치렀군요. 요즈음 매스컴에서 갑질에 대한 논란이 연일 화젯거리고 술자리의 안줏거리도 갑질에 대한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가진 사람들이 갑질을 한 것은 윤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것입니다.

썰매 개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들에게 아버지가 이런 말을 합니다. “저 개들을 함부로 대하지 마라. 이 얼음벌판에서 저 개들이 없으면 우리는 죽은 목숨이다.” 이처럼 동물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더 말할 것 없겠지요.

어느 나라에서인가 부잣집에서 주방일을 하는 자매를 심하게 모욕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 도시의 주방 자매들이 한 달간 파업하였는데 결국은 고용한 사람들이 사과해서 파업을 풀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대하여 재벌들의 공 운운하는데 사실은 정책적으로 시골에서 사는 젊은이들을 도시로 올라오게 해서 저임금 노동자로 만들어서 경제 성장의 밑거름 우리나라 자산의 밑바탕을 만들었다는 것은 이제는 중학생들도 아는 상식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몸으로 이룬 공이 없으면 경제 성장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을 무시하는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그런데 왜 교회에서는 그런 행위들에 대하여 복음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인가? 분노 증오심 때문입니다. 심한 분노 증오심은 사람으로 하여금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공산주의 혁명론자들을 교회에서 경계하라고 하는 것은 그들이 전술적으로 사용하는 무기 중의 하나가 증오심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공동으로 누군가를 증오하면 같은 편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끼리 연대감이 생기고 그다음의 행위들에 대하여 스스로 도덕성을 부여합니다. 그래서 대량살상을 하고도 스스로 도덕성을 부여하고 정의 운운하는 것인데 문제는 그런 증오심은 금방 사그라지지 않고 온 세상을 다 불태워버린 후에야 꺼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폭력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모든 조직은 분열이 심하고 자기들끼리의 살상도 서슴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분노로는 증오심으로는 폭력으로는 절대로 이 세상을 사람이 살만한 세상으로 만들 수가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세상을 바꾸려면 사람에 대한 존중심 배려와 같은 사랑의 구체적 실천 행위만이 세상을 바꾸는 가장 유일하고 강력한 힘이라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실제로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바꾼 사람들은 힘을 가진 자들도 재물을 가진 자들도 권력을 가진 자들도 아닌 사람을 존중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세월호 안에서 제자들과 함께 죽음의 길을 선택한 젊은 선생님들 이태석 신부처럼 힘들고 아픈 곳에서 사람들을 돌보고 존중하던 사람들 늘 가난한 사람들의 자리를 찾아 나섰던 김수환 추기경님 같은 분들 테러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같은 분들처럼 사람들을 존중하는 분들이 세상을 바꾸는 분들이란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지금 우리 사회가 정말로 경계해야 할 것은 소수의 갑질하는 사람들만 비판할 것이 아니라 갑 축에도 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갑질하는 것을 더 경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즈음 별로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것이 또 다른 병적인 갑질인데 대개 가진 사람들에 대하여 심한 적대감을 가진 사람들이 그런 짓을 더 한다는 사실을 유념하셔야 합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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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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