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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307. 오로지 말씀으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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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문: 오로지 성경 말씀에만 마음을 두고 그 이외의 것에는 눈을 돌리지 말라고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리고 이분들은 믿음에 대해서나 성경에 대하여 절대로 이의를 제기하거나 의문을 갖지 말라고 하십니다. 이분들은 철저한 자기부정과 엄격한 생활을 하셔서 감히 아무도 그분들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데 과연 그분들의 말처럼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요?

답: 형제님의 의구심은 당연합니다. 그분들의 신앙적 오류를 한가지씩 짚어드리지요.

우선 ‘오로지 말씀으로만’ 살아야 한다는 명제는 이미 개신교에서 주장한 바 있지만 성경 말씀으로 사는 것을 그런 식으로 좁게 받아들인다면 내적 성장에 저해가 될 것입니다.

성경 말씀은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 그리고 구원을 얻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대명제를 제시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상황에 따른 세부적 지시사항이 아니란 것이지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때 주님의 말씀을 바탕으로 세부적 선택을 하는 것이 건강한 방법이지 작은 선택을 할 때마다 일일이 성경에서 근거가 되는 구절을 찾아내려고 한다면 자칫 자가당착에 빠질 위험이 큽니다.

또 성경을 자주 보고 외우다시피 하면 성경을 다 아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위험천만한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성경의 같은 구절을 보면서도 이해하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연령마다 다르고 성별에 따라 다르고 성장 과정에 따라서도 달리 이해되는 것이기에 성경을 제대로 보려면 자기 마음도 같이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자기 욕구나 상처 등등의 여러 가지 영향 요소들이 선택적으로 성경을 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자기부정 역시 그리 건강한 신앙생활 방법은 아닙니다. 영성심리학자들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사람이 가진 욕구를 절제하는 것과 자기부정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그리고 심각한 자기부정은 자칫 종교적 우울증 종교적 불안증을 야기할 위험이 큽니다.

그런데도 자신은 사랑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고 애를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렇게 해서 건전한 수평적 관계를 갖지도 못하는데 그런 병적인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것은 낮은 자존감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우리를 종이 아니라 벗이라고 부르겠다고 하셨는데 여전히 주님의 말씀에는 귀를 막고 종의 자리를 벗어나려고 하지를 않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숨겨진 교만’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나친 자기부정은 하느님 용서의 손길을 뿌리치는 행위인데 이런 행위는 겸손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교만해서 그렇다는 것이지요. 하느님도 자기를 용서할 수 없다는 무의식적인 교만 소위 ‘당신들이 나를 알아?’ 하는 거만한 마음이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우리의 믿음은 늘 물음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라는 말은 어떤 회사의 광고 문구지 신앙인들의 명제는 아닙니다. 그런데 믿음에 대하여 의문은커녕 묻는 것조차 불신앙이나 죄를 짓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왜 그런 것인가? 성장 과정의 부작용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성장 과정 중 호기심이 발동하여 끊임없이 질문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때 부모님들이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거나 폭언을 행사했을 경우 아이들은 침묵을 지키게 되고 하느님을 부모님과 동일시하여서 감히 신앙이나 성경에 대한 물음이나 의문을 가질 엄두를 못 내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신앙은 유아적 신앙 성장이 멈춘 신앙이라고 합니다. 중세수도원에서 대학자들이 많이 배출된 것을 잘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신앙생활은 성장 단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성장 단계마다 배우는 내용도 달라져야 합니다.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병적인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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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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