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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309. 착한 청년이 왜 살인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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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문: 한 청년이 취중에 저지른 살인 사건에 대하여 이야기가 분분합니다. 성실하고 말이 없는 청년이라고 하는데 왜 그런 짓을 하게 되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일부 신자들은 마귀 운운하는데 영성심리에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답: 보도에 따르면 청년은 복학을 준비하는 성실한 학생으로 알려졌습니다. 성격도 내성적이고요. 평소에 착했다고 하는데 그날 술을 과하게 마셨다고 하지요. 그리고 살해당한 부부가 평소에 그 청년의 부모와 관계가 별로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그 청년이 평소 자기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습관을 지닌 것이 원인입니다. 사람의 감정은 표현되어야 합니다. 화나면 화를 내고 슬프면 울어야 하고 기쁠 때는 웃어야 합니다. 그런 감정들을 표현하지 않으면 그 감정들은 무의식 깊이 숨어버리고 감정과 얽힌 기억들도 같이 묻혀버립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감정들보다 ‘분노’라는 감정은 그렇게 덮어버리고 억압해버린다고 없어지거나 사그라지는 것이 아니란 것입니다. 오히려 깊이 묻힌 감정이 어느 순간 제어장치가 느슨해지면 활화산의 용암처럼 솟구쳐 올라와 이성을 잃은 분노폭발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청년이 자신이 한 살인 행위가 꿈을 꾸는 것 같았다고 했다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마귀도 아니고 그 무엇도 아닌 무의식이 저지른 행위인지라 청년 자신도 악몽을 꾼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경찰서에서 죽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보아 그 청년이 어떤 상태에서 살인하였는지가 느껴집니다. 만일 청년이 평소에 왈패들처럼 화를 푸는 방법을 여러 가지 사용하였거나 대화 상대가 있었더라면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두 번째 이유는 부모님입니다. 아무리 부모와 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다른 사람이 자신의 부모를 무시하면 참지 못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비록 부모가 자신과는 사이가 안 좋을지라도 남이 내 부모를 함부로 대하면 살인 충동을 갖는 것이 자식들의 공통 심정이란 것입니다. 그 청년의 경우 이 두 가지가 겹치면서 이성이 마비되고 공격성 살해 욕구가 살아나 살인을 한 것입니다. 만취 상태에서 일종의 분열증적인 상태가 된 것이지요.

자신의 감정을 접촉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말을 하지 않더라도 음악을 들으면서 혹은 영화나 연극 그림을 보거나 독서를 하면서 자기 마음 안의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은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 아주 중요한 일들입니다. 어른들은 젊은 사람들이 말이 없고 착하면 무조건 좋다고들 하지만 감정억압이 얼마나 좋지 않은 것인지를 보여준 아픈 사례입니다.

우리 교회 예전 신앙인들은 감정 표현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침묵의 영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 것인데 이것이 지나쳐서 병적인 심리상태가 생긴 경우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유교적 관념이 가톨릭 영성과 상호 작용을 하면서 이런 현상이 더 굳어진 경향이 있습니다.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이런 경향과는 달리 감정 표현에 자유로운 분이셨습니다. 엄숙하고 세상을 초월한 마치 이콘 속의 그림처럼 표정없는 삶을 사신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희로애락을 다 표현하면서 사신 분입니다. 사랑하는 나자로가 죽자 슬픔을 못 이기셔서 눈물을 흘리신 일 겟세마니 동산에서 피눈물을 흘리시며 고통의 잔을 피하게 해달라고 약한 자의 기도를 바치신 일 바리사이들의 완고함에 분노를 감추지 않으신 일 등 주님의 공생활은 자유로운 영혼의 삶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서 주님의 삶은 활력이 넘치고 생생하였던 것이지요.

집중을 위한 침묵과 감정 억압 차원의 침묵은 영적 식별을 해야 합니다. 자칫 심리적 황폐함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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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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