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아! 어쩌나] 315. 어떻게 맞추어야 할지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문: 본당 주임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보좌 신부 때와는 사뭇 달라서 당혹스럽습니다. 청년들과는 대화하고 서로 마음을 맞추기가 쉬웠는데 어른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쉽지 않은 일들이 자주 벌어지곤 합니다. 특히 몇몇 분들이 대놓고 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다녀서 아주 곤혹스럽습니다. 저는 처음 주임을 맡았는지라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데 요구 사항이 다 다른 데다 너무 많아서 감당키 어렵네요. 어디까지 맞추어드려야 할지요.

답: 신부님의 고민이 이해가 됩니다. 보좌 신부 때에는 결정권이 없고 본당 사목의 일부만 담당하였으니 갈등 소지가 적습니다. 그러나 주임 신부들은 본당 전체 일에 관여하고 결정해야 하니 다양한 신자들의 요구를 다 맞출 수가 없어서 곤란한 때가 많습니다. 본당 사목을 하면서 갈등을 겪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어보지요.

보편지향기도 때에 “성인 신부 되게 하소서” 하거나 혹은 “착한 목자 되게 하소서” 하고 바치는 기도가 있습니다. 그럴듯한 기도인데 현실적으로는 아주 부담스런 기도입니다. 마치 부모들에게 훌륭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라는 선이 없이 그저 듣기 좋은 말로 하는 기도는 상당한 부담감을 주는 것인데 왜 이런 기도를 하는 것인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두루뭉술하게 기도하는 것은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어달라는 무의식적인 욕구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따라서 그런 요구 수준에 맞지 않을 경우 혹은 자신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할 경우 비난을 해서 본당 신부들과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목자들은 자신이 신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자책을 하여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자기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만 들으려 하고 다른 말을 하면 실망하거나 비난을 합니다. 어떤 이들은 자신들의 스케줄에 사목자가 다 따라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인가? 그것은 사목자가 많은 사람의 투사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채울 수 없는 욕구를 채워주는 사람 대중적인 것보다 개인의 욕구를 채워주는 사람을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양하면서도 전혀 상반된 요구를 하는 것입니다. 늘 기도하는 사제가 돼달라면서 술자리에 오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사례가 그 일례가 될 것입니다. 그러면 이런 때에 사목자는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가? 최선을 다하되 100 만족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가정의 부모님 중에서 자식들의 요구를 100 들어주는 사람이 없듯이 사목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신부님이 신자들의 기대를 100 채워주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사목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사제 생활을 오랫동안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대통령은 임기가 있지만 사목자는 그런 단기간의 자리가 아니라 평생을 교우분들과 함께 걸어가야 하는 자리이기에 길게 넓게 보고 숨 고르기를 하면서 천천히 가야지 급한 마음으로 가서는 멀리 가지 못해서 지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를 해도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콤플렉스 때문입니다. 대개 어린 시절 착한 아이로 자란 사람들은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가지는데 이것이 나이가 들면 연장이 되어서 ‘착한 목자 콤플렉스’로 변질이 됩니다. 착한 목자는 되어야 하지만 착한 목자가 되기 위해서 내적인 여러 가지 부분들을 억압하거나 억제한다면 신경증적인 증상들이 나타나고 시간이 가면서 사목에 싫증을 느끼고 작은 일에도 민감해지고 짜증 내고 화를 내는 신경증 환자가 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마음의 긴장도를 고무줄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너무 팽팽하게 당겨놓으면 본인도 힘들고 주위 사람들도 긴장하기 마련인지라 마음의 고무줄은 너무 팽팽하지 않은 것이 좋습니다. 본당 사목을 잘하는 신부님들의 공통점 중의 하나가 여유로움이란 것을 참고하신다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5-10-2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9

에페 5장 4절
추잡한 말이나 어리석은 말이나 상스러운 농담처럼 온당치 못한 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은 감사의 말만 해야 합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