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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321. 희생양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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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문: ‘정치적 희생양’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주님께서 희생양이 되셨다는 것과 같은 의미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리고 그런 희생양이 왜 생기는지요?

답: 주님께서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속죄양’이 된 것입니다. 정치적 희생양과는 다른 것이지요. 유다인들이 양의 머리에 손을 얹고 자신의 죄를 덮어씌운 후 광야로 내보낸 속죄양과 정치적 희생양은 차이가 있습니다.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는 사람들은 심리적 방어기제 중에서 ‘전치’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입니다. 전치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것처럼 누군가에 대한 감정이나 욕구를 다른 대상에게서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밖에서 무시를 당한 사람이 집에 와서 애꿎은 가족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경우를 말합니다.

희생양을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는 공동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 때문입니다. 예컨대 가족 중에서 누군가가 미운 짓을 하면 다른 가족들은 그 대상에 대하여 집단적 거부감을 갖습니다. 그리고 이런 집단 현상은 가족뿐만 아니라 어떤 조직에서건 발견되는 것입니다. 조직의 정서에 맞지 않는 행위를 할 경우 어느 한 사람을 여러 사람이 소외시키는 것인데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서 서로에게 감정이 좋지 않은 데서 연유합니다. 즉 희생양은 조직 안의 복잡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부산물이란 것입니다. 소위 험담의 대상이 된 사람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집단적 성토 대상이 되는데 이런 자리를 통하여 다수의 사람은 서로에 대한 친밀감과 심지어 동지애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심리적 현상을 때로는 권력기관이 만들어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권력기관이 자신들의 허물을 덮어버리기 위해서 희생양을 만들어내는데 문제는 그 대상이 희생양이란 것을 아는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그 희생양에 대하여 공격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심지어 피해자가 더 피해를 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세월호 유족들의 경우가 거기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자식을 잃어서 정신적으로 무너진 상태인 사람들을 좌파로 몰거나 혹은 보상에 목을 맨 파렴치한 부모로 몰아서 희생양으로 삼는 것입니다. 문제는 상식을 가진 사람들조차 시간이 지나면서 피로감을 느끼면 피해자를 희생양으로 모는 비정상적 행위를 한다는 것입니다.

1974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마리나 아브라모비라치라는 사람이 특별한 퍼포먼스를 하였습니다. 테이블 위에 일흔두 개의 물건을 두고서 아무거나 골라서 작가의 몸에 무엇이든 해도 좋다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작가가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자 그저 평범한 사람들인 구경꾼들은 시간이 가면서 물건들을 가지고 작가를 공격하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때로는 일정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즐긴다는 것이 입증된 사례였습니다.

또 하나의 희생양은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 행위를 덮어버리기 위해서 자신들보다 작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 특히 연예인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경우입니다. 이런 때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덮인 범죄보다 힘없는 연예인들을 더 심하게 비난하고 공격하면서 변태적인 쾌감 만족을 얻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희생양을 만드는 심리는 무엇인가? 사실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기에 진짜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최소한 자신에게만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선택하는 모든 행위는 의식적이고 객관적 판단으로 하는 것이라고 자신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바로 무의식이 만들어서 의식으로 넘겨준 가짜들입니다. 그 가짜가 온갖 신념과 이념을 만들고 그것에 따라서 엉뚱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몰아버리는 우매한 짓을 하는 것입니다. 대중이 가진 이런 우매함은 권력자들 특히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자들에 의해서 너무나 자주 악용되었다는 것은 역사가 증언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민정 이양의 가능성을 보인 미얀마가 바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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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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