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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333. 뭐든지 기도만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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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문: 늘 성당에서 살다시피 하며 기도를 아주 많이 하는 자매님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분이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일을 해결하려고 하지는 않고 성당에만 간다고 가족들이 불평하는 것입니다. 특히 남편분은 아내가 집안일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마치 무당처럼 신앙생활을 한다고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십니다. 성당에서의 평판이 양극으로 갈리는 이 자매님이 가진 문제가 무엇인지요?

답: 자매님이 사용하는 방어기제는 ‘부정’입니다. 부정의 내용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어떤 사실이 존재하지 않았던 일이라고 믿기 위해 정보를 지워버리는 것입니다. ‘왜 그걸 못 보았지’ ‘왜 몰랐지’ 하며 후회하지만 사실은 보면서도 그것을 인지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소위 눈뜬 소경 역할을 한 것입니다.

두 번째는 실제적 의미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사실이란 것은 인정하는데 그것이 얼마나 큰일인지 그 일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하여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문제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는 말이 한 예가 될 것입니다.

세 번째는 사건이 감정에 미친 영향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중요한 일이란 것도 알지만 자신과 주변 사람에게 문제가 없고 모든 일이 다 잘 되어 가고 있다고 안심을 시킵니다. 감정을 느끼려 들지 않고 정말 별문제 아니라고 자신을 속이는 것입니다.

이런 부정이란 방어기제가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부정은 일종의 정서적 회로 차단기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가정마다 있는 자동 회로 차단기는 전류가 과도하게 흐를 때 위험을 막기 위해서 자동으로 끊깁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서적 회로 차단기도 정상적으로는 처리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정서적 과부하가 걸렸을 때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기능을 합니다.

만약 우리가 곧 닥칠 죽음이나 고통만을 강박적으로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삶의 질이 어떻게 될까요. 어떤 면에서 사람은 살기 위해서 남은 시간을 가장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서 현실을 부정할 때도 있어야 합니다. 최악의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힘겨운 현실을 외면할 정서적 능력이 없다면 아마도 대다수 사람은 우울증이나 불안증에 시달리며 단명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정은 일종의 치유 효과를 가집니다.

그러나 늘 부정이란 방어기제만 사용한다면 매사를 ‘다 잘될 거야’ ‘하느님이 알아서 해 주실 것이야’ 하면서 억지 낙관주의에 빠져서 산다면 자칫 심리적으로 퇴행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엄마에게 떼를 쓰는 아이처럼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진정한 치유는 부정에서 벗어나면서 시작됩니다. 부정을 극복하면서 정서가 표면으로 올라오고 그다음부터 치유가 시작된다는 것이지요.

부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의 하나는 모험을 하는 것입니다. 모험이란 무엇인가? 세상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모든 일에는 아픔과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벌을 키우다 보면 쏘이는 날도 있음을 인정하는 것 일상 안에서 무언가를 걱정하는 상태야말로 우리 인생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불확실성과 공존하며 이에 맞서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 등등을 모험이라고 합니다. 이런 모험심은 삶을 충만하게 만들고 우리가 가진 인생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해 줍니다. 또한 리스크를 뛰어넘으며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을 가져다줍니다.

‘인생에서 확실한 것이라고는 세금과 죽음밖에 없다’는 말처럼 세상에는 불확실한 것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따라서 인생이란 불확실함 안에서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릴 수도 있겠습니다. 불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추측하고 결론을 끌어내고 그것의 필연성과 불가피성을 터득해가면서 불확실함에 대처하는 새로운 관점을 터득하고 의미 있는 인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행동하는 신앙인이 되라는 말입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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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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