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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334. 벌레만도 못한 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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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 그림=문채현

문: 기도를 열심히 하는 본당의 자매님들 중에 늘 자신은 벌레만도 못한 사람이라느니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게 한 죄인이니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분들이 계십니다. 너무 죄책감이 심해서 심지어 미사 때 영성체를 자주 안 하시기도 합니다. 그러지 마시라 주님은 사랑이시라고 말씀드려도 주님께서 다른 사람들은 다 구원해 주셔도 당신들은 절대로 구원받지 못할 것이라고 하십니다. 답답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합니다.

답: 오래전 교회에서는 죄책감을 지나치게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죄를 짓지 않게 하려는 의도지만 사람 마음이 얼마나 민감하고 약한지에 대한 이해가 없이 무지막지하게 심리적 통제를 한 것이 후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게 된 원인인 된 것도 사실입니다. 이미 죄책감에 시달리는 교우들을 정죄하는 가르침은 심리적 영적 장애를 일으킬 위험성이 큽니다.

일반적으로 신자들은 죄에 대하여 민감한 편입니다. 그런데 계속적인 죄책감을 느끼는데 그에 대한 용서를 받은 느낌을 가질 수 없을 때 마음뿐만 아니라 교회 자체가 경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님은 죄를 용서하시고 기억하지도 않으시지만 신자들은 자신의 것이건 다른 사람들의 것이건 간에 허물을 용서하지도 잊지도 않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편협하고 형식적인 신앙은 비판 억압 율법주의와 교만으로 나아가고 결과적으로 배려할 줄 모르는 병적인 공동체를 만듭니다. 이렇게 정죄적 분위기가 강한 교회에서는 자신이 변화되었다고 거짓 간증을 강요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자신이나 가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양 가장해야 하는 고역을 감수해야 합니다. 소위 억지 간증을 하는 것이지요. 이런 문제감정의 은폐는 인간관계를 피상적인 가면놀이로 만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성숙할 기회를 차단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합니다. 피상적 신앙생활로 인하여 자신의 내부 갈등을 오랫동안 부정하면 그 존재 자체를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외면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하지만 내면이 공허하고 매사에 불만족스럽다면 피상적 관계성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가진 부정적 문제들은 상처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않고 명확히 하지 않는 데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부연해서 주님께서 십자가상 죽음에 대하여 다른 관점에서 볼 필요도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주님의 죽으심은 제자들의 순교와 깊은 연관성을 갖습니다. 제자들은 주님의 가르침을 전하다가 참혹한 죽음을 맞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목숨을 걸고 주님께 충성과 믿음을 바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바로 주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당신 목숨을 내어 놓으셨기 때문입니다. 전장에서 장수가 부하를 위하여 목숨을 내어놓듯이…. 사람은 자기를 알아주고 자기를 위하여 모든 것을 내놓는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자기 목숨을 걸고서 따르고자 합니다. 전장에서 승리한 장수들의 면모를 보면 공통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주님의 십자가상 죽음도 이런 믿음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죄책감이 아니라 충성심일 것입니다.

오랫동안 교회에서는 죄책감을 통하여 사람들을 하느님 곁에서 떠나지 못하게 해왔습니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그런 방법이 전혀 먹히질 않습니다. 현대인들은 철저하게 개인의 행복에 대한 관념이 강하기에 교회가 죄책감을 강조할 경우 심리적 피로감 때문에 미련없이 교회를 떠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주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목숨을 거시는 분임을 확인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나를 지켜주시는 분이시란 믿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요한 복음에는 주님이 우리에게 가지신 마음이 절절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들을 위하여 빕니다. 세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들을 위하여 빕니다”(요한 17 9).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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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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