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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335. 교회는 기도하는 곳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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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문: 저를 보고 성당에 가면 밥이 나오느냐 돈이 나오느냐고 빈정대던 남편이 세례를 받은 후 백팔십도 바뀌어서 성당에 가면 집에 올 생각을 안 합니다. 처음에는 외롭게 자란 사람이라 그러겠지 하며 이해했는데 회합이 끝나면 2차를 하고 밤늦게 들어오니 이제는 짜증이 납니다. 교회는 원래 기도만 하는 곳이 아닌가요? 주님보다도 사람들이 좋아서 이제는 나보다 성당 형님들을 더 좋아하는 남편이 밉기만 합니다.

답: 가정은 아주 중요합니다. 이 세상에서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뒤집어 버릴 수 있는 존재도 진흙탕에 처박힌 나를 끌어올려 줄 수 있는 존재도 가족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가족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정서적 지지자들’입니다.

정서적 지지자들이란 가족 이외에 나를 지지해 주고 이해해 주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일부 종교인들은 세상을 버려야 한다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도 세속적이라고 비난합니다. 성당은 기도하는 곳이지 사람들을 만나는 곳이 아니라고 하기도 합니다. 일견 맞는 말인데 그렇다고 전적으로 동의하기도 어려운 말입니다.

주님의 경우 모든 것을 다 멀리하시고 독불장군처럼 사셨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주님께서도 당신이 쉬고 싶어 하신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나자로의 집입니다. 여기에는 나자로뿐만 아니라 주님을 반가이 맞는 마르타 마리아 두 자매가 있었습니다. 또한 마리아 막달레나도 늘 주님의 곁을 지킨 사람입니다. 정서적 지지자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가난한 삶의 증인이신 프란치스코 성인도 예외가 아닙니다. 당신의 영적 대화 상대로 클라라 성녀가 계셨습니다. 가진 것은 없었지만 정서적 지지자들은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에게 정서적 지지자들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친밀감 때문입니다. 정서적 지지자들이 주는 친밀감은 사람에게 아주 많은 선물을 줍니다. 친밀감은 인간이 고립되지 않도록 해 주는 아주 중요한 감정입니다. 친밀감은 견해 차이가 발생하였을 때 해결하는 능력을 배양하게 해 줍니다. 갈등을 창조적으로 푸는 대처 기술을 향상시켜서 공감적 경청을 가능하게 합니다. 말뿐만 아니라 감정까지 나누게 해 주는 것입니다. 갈등과 스트레스를 인간 관계의 정상적인 부분으로 여기는 여유를 가지게 합니다. 갈등을 해결할 때 친구 친척 전문가들과 상의하거나 도움을 청하는 넉넉한 마음을 가지게 합니다. 서로 만족스럽게 일하고 노는 정도 수준을 높여 줍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좀생이 같은 사람을 넉넉하고 여유로운 사람으로 변화시켜 주는 것이 친밀감이란 감정이고 그 친밀감을 제공해 주는 것이 바로 정서적 지지자들이란 것입니다.

교회는 물론 주님을 뵈러 가는 곳이 맞습니다. 한 주간 세상살이하느라 소홀히 한 기도를 채우는 자리라고 하는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교회는 사람들의 상처 받고 지친 마음을 치유해 주는 자리란 것입니다. 나의 정서적 지지자들을 만나서 푸념도 하고 하소연도 하고 위로도 받는 자리가 교회란 것입니다.

만약 자매님께서 남편이 성당에서 갖는 관계를 다 끊고 자매님만 바라보고 살라고 한다면 남편분의 정서적 지지자들을 없애는 우매한 짓을 하는 것이란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가족 중요합니다. 그러나 사람이 성장하고 살기 위해서는 가족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관계가 필요합니다. 하느님과의 관계 나를 이끌어 주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정서적 지지자들과의 관계도 아주 중요합니다. 관계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서 심리적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혈관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인 차원에서 부연해 설명하자면 남편분이 성당 단체원들과 함께 어울리시는 것은 여러모로 득이 많습니다. 우선 남편분의 소재가 분명합니다. 가봐야 성당이고 신자 집이니 말입니다. 두 번째는 경제적으로도 득이 있습니다. 성당의 단체원들은 대체로 저렴한 곳을 찾습니다. 자주 만나야 하니 흥청망청할 수가 없지요. 잘 생각해 보시길.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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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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