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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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346. 신앙인의 길이 버겁네요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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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문: 하느님께 많은 기도를 드리며 잘 지내다가도 한 번씩 신앙적인 어려움이 찾아오면 거부감이 듭니다. 종교적인 고민이나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겪으면 더 진정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제 뜻보다는 하느님이 원하시는 대로 순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괜한 반항심이 생기는 것이죠. 그러면서도 제가 순명하지 않았을 때의 하느님을 생각하면 무서워집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갖고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이 부럽고 부족한 제 모습에 실망만 하게 됩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신 주님처럼 인내하며 걷는 신앙인의 길이 점점 버겁다는 생각뿐입니다.



답:
형제님의 글을 보면서 여러 문제점이 보입니다. 우선 많은 기도를 드리면서도 심리적 불편함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것은 형제님이 자기 믿음에 집착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하느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막상 내 뜻대로 안 되면 하느님께 분노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기도를 이만큼 하면 내 소원을 들어주시겠지’ 하는 생각은 사실 기도나 믿음을 자기 개인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사람 입맛에 맞게 응답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더욱이 우리가 하느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주님의 기도를 수없이 바쳤기에 하느님께서 당신 뜻대로 하시는 것에 대하여 우리는 불만을 가질 수가 없는 것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심리적인 상처라고 봅니다. 사람 마음 안의 상처가 아물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이 형제님처럼 기도 속으로 도피합니다. 기도로 마음에 벽을 쌓고 외부와의 소통을 스스로 차단하는 것인데 현실에서 이런 삶은 허용이 되지 않기에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어린아이처럼 하느님께 짜증을 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문제는 형제님이 생각하시는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종교인들이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라고 강변하는 말보다 더 무지막지한 말도 없을 것입니다. 구체적이지 않은 말은 듣는 사람들의 콤플렉스를 건드려서 자신의 병적인 신념을 하느님의 뜻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하느님의 뜻에 대한 해석은 간단하지가 않은데 심리적 문제가 있는 분들은 단순화시키는 경향이 있어서 스스로를 비난하는 쪽으로 몰아간다는 것입니다. 형제님이 하느님을 무서운 분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아 이럴 가능성은 더 높습니다.

네 번째 문제는 신앙생활이 하느님께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는 순종적인 삶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형제님이 새겨들을 만한 문구를 하나 적어봅니다. “때로 하느님이 우리에게 하게 하시는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일이 너무 힘겨울 수도 있다. 그러나 기억하라. 야곱은 천사가 주는 메시지를 그냥 받아들이지 않았다. 야곱은 천사와 맞붙어서 힘겹게 싸웠다. 하느님께서는 피안의 저쪽에 계신다. 신성한 의사소통이라는 기도를 통하여 하느님의 말씀은 피안에서 이곳으로 움직여 오시고 힘겨운 고투를 겪고 나서야 하느님의 의지는 우리의 의지가 된다.”

다섯 번째 문제는 하느님께 대한 이미지입니다. 하느님을 무서운 분, 심판자로만 인식하는 것은 형제님의 성장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대개 아버지의 이미지는 하느님께 투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형제님이 심리치료를 통하여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다루면 하느님의 이미지도 바뀌고 여러 가지 변화가 찾아올 것입니다.

여섯 번째 문제는 자기 비난입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하여 자신이 형편없다고 자기 실망을 하는 것은 성찰이 아니라 자기 비난이고, 이것은 다른 심리적 부작용을 불러오는 근본 원인입니다. 그래서 신앙생활이 점점 더 버거워지고 심리적으로 죄책감은 더 커지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형제님은 신앙생활에 대하여 비현실적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도하면 계속 평정심을 잃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유아적 사고방식입니다. 현실은 바다를 항해하는 배와도 같기 때문입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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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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