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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355. ‘나쁜 사람들’이란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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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문: 한동안 나쁜 남자란 말이 유행하다 사라졌는데, 요즘 다시 나쁜 사람이란 말이 어떤 정치인들의 말을 통해 회자가 되고 있습니다. 나쁜 사람들이란 과연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인가요?



답: 좋다, 나쁘다는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정치인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자신들의 마음에 들면 좋은 사람, 마음에 안 들면 나쁜 사람이라는 식으로 사람들을 평가합니다. 그러나 이는 주관적일 뿐만 아니라 유아적인 판단입니다. 그렇게 평가하는 사람의 내적 수준이 ‘수준 이하’임을 보여줄 뿐이지요.

좋다, 나쁘다는 윤리적 평가가 비교적 객관성을 갖는 경우는 행위를 한 사람의 심리 상태가 얼마나 성숙한가와 연관이 깊습니다. 대체로 사람들로부터 ‘나쁘다’는 평가를 받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성숙도가 떨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 상담 현장에서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곤 합니다. 그중 하나는 가정 폭력에 대한 것입니다. 특히 폭력을 당한 사람의 심리가 병적인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구체적으로 상대방을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다는 뜻입니다.

평소 자기 비난이 심한 사람은 스스로 자해적인 삶을 살아 자아가 피투성이입니다. 그런 상태이기에 상대방의 작은 비난에도 큰 상처를 받은 듯, 마치 상대방이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듯이 생난리를 칩니다. 그러면 상대는 그런 태도가 거슬려 의도치 않은 폭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즉, 폭력을 당하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원인을 제공해 더 심한 폭력을 행하게 해서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자신은 희생자처럼 굴게 됩니다.

이런 경우는 가정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기도 하는데, 외면적인 것만 봐선 식별하기가 참 어려운 경우입니다. 누가 가해자요 누가 피해자인지 구분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가해 행위를 한 사람만큼 나쁜 사람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가해하도록 자극적인 원인을 제공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언론 매체들은 일단 드러난 행위로 사람을 판단합니다. 언론의 뭇매를 맞은 사람들은 물론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가중처벌이나 정서적 처벌을 당하는 불공평한 일이 적지 않게 벌어집니다. 그래서 인간의 다중성 특히 분열성에 대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두 번째 나쁜 사람의 경우 스스로 ‘정의의 사도를 자처하는 이들’입니다. 근래에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의를 부르짖는 정치인들이 뜬금없이 많아진 것이지요.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아베, 아메리카니즘의 부활을 외치는 트럼프, 마약사범을 현장에서 즉결 처형하도록 한 필리핀 대통령 등 갑자기 등장한 자칭 정의의 사도들을 보면서 불안감이 올라옵니다. 1980년대 군부 독재자들이 갑자기 등장해 수많은 사람을 학대하고 학살했던 역사적 트라우마가 살아나고, 그 잔혹한 1980년대의 부활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서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은 스스로 정의의 사도를 자처하면서 과거사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베는 우리나라와 중국에 대해 사죄하지 않으며, 트럼프는 미국이 남미에 저지른 범죄에 대한 사죄 없이 남미인을 추방하려 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역시 가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마약사범들을 즉결 처분하려 하는 등 삶에 피곤한 사람들의 피곤한 분노를 자극하는 언동으로 그 사회의 해가 되는 해충 같은 존재를 척결하는 정의의 사도처럼 행세합니다. 한 마디로 신종 나쁜 사람입니다.

날이 갈수록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피곤해 합니다. 사는 것이 힘들기에 깊은 생각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지요. 문제는 그런 때 정말 나쁜 사람들이 활개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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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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