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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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133) 박력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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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박력있는 남자?

 남편을 처음 봤을 때 한눈에 반했습니다. 친정 아버지나 오빠들과는 달리 시원시원하고 박력 있는 모습이 다른 나라 사람을 보는 것 같아 한번에 청혼을 승낙하고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동안은 정말 후련한 기분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같이 살다 보니 마음이 점점 불안해져 갑니다. 신중하기 이를 데 없어 답답한 기분이 들었던 친정 식구들과는 달리 매사 통쾌하게 단도직입적 태도로 신속하게 일을 진행하는 것이 좋아 보였는데 갈수록 신경질을 부리고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버럭버럭 소리를 지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속았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특히 운전할 때는 차를 얼마나 빨리 모는지 정신이 없을 정도이고 앞차가 조금이라도 늦게 가면 욕설을 퍼붓고 자기보다 빠르게 가는 차를 보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릅니다.
 
 또 다른 사람들과 식사할 때도 후다닥 5분도 안 돼 밥을 다 먹고는 "무슨 밥을 그리 오래 먹느냐"고 핀잔을 줘 같이 있는 사람들이 체할 지경이라고 불만을 토로합니다. 뭐든지 빨리빨리 하려는 제 남편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적어도 신경질만이라도 고쳐주고 싶은데 무슨 방법이 없나요?
 
 

A. 자매님께서는 성질 급한 남편 때문에 많이 힘드시겠습니다. 남편의 문제는 `조급증`입니다. 매사에 조급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습관이 된 것이지요.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만, 인생에서 손해볼 일이 많은 증상이기에 고치려 노력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급증은 남편만 가진 것은 아니고 어쩌면 한국인 모두가 가진 심리적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조급증의 근본 감정은 불안감입니다. 거대한 대륙의 끄트머리에 붙어서 사는 바람에 여기 저기서 쳐들어와 유린을 해가다보니 이곳에 살던 조상님들 마음 기저에 불안감이 자리 잡아 조급증이 굳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인사말도 `밤새 무고하십니까?``안녕하십니까?` 하는 신변 안위를 묻는 인사가 생긴 것이라고 합니다.
 
 더군다나 좁은 땅에서 다른 사람보다 처지면 집안 망신이라는 생각에 무엇인가 하나라도 건지려고 아등바등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조급증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조급증이 만든 말이 `빨리 빨리`입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사람을 보면 제일 먼저 하는 말이 빨리 빨리라고 할 정도로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용어 중에는 빨리 빨리가 많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엄마가 아이에게 `빨리 숙제해``빨리 공부해``빨리 밥 먹어``빨리 일어나``빨리 학교 가` 등등의 말을 하고 나이를 먹으면 `빨리 취직해``빨리 결혼해``빨리 애 낳아` 등등의 말을 듣습니다. 빨리 죽으란 말만 안 하지 일상생활 거의 모든 부분에서 빨리 빨리란 독촉성 발언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돈을 벌려면 속성학원, 퀵서비스, 초고속 짜장면 배달 같은 일을 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오랫동안 빨리 빨리란 소리를 듣다보니 그 소리가 머릿속에 입력돼 이제는 하나의 콤플렉스를 형성, 고치려 해도 잘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조급증이 국민적 병이 돼버린 것입니다.
 
 조급증이 우리에게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이미 입증되고 있습니다. 우선 가장 큰 문제가 건강을 해친다는 것입니다. 밥을 먹어도 폭식, 술을 마셔도 원샷, 그것도 몇 분 안에 순식간에 위장 안에 쏟아부으니 음식 맛을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비만과 고혈압, 당뇨병의 원인이 됩니다.
 
 두 번째 문제는 정신적 문제입니다. 조급증에 걸린 사람들은 아주 신경질적입니다. 조급증이란 불안감과 경계심이 동반되는 증상이라서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이나 행동에 대해 심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게 하고, 작은 자극에도 공격적 태도를 보이게 합니다. 특히 술을 마시면 이런 증세가 더 심해져 술자리에서 싸움박질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생기게 됩니다.
 
 세 번째, 조급증은 대충대충 일하게 해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다시 볼 사람도 아닌데`하는 마음으로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짓을 하게 해 결국 신용을 잃고 성공은커녕 자기 함정에 빠지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합니다. 이러한 여러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에 조급증은 고쳐야 할 병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증상이 너무 오랫동안 우리 마음 안에 자리 잡아서 고치기가 수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조급하게 살던 사람이 갑자기 느릿느릿 살면 생체리듬이 깨져 오히려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삶의 패턴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말고 남편에게 가능하면 기분 나쁜 일은 생각하지 말고 기분 좋은 일을 생각하도록 유도하거나, 재미있는 유머집을 머리맡에 두고 자주 읽고 낄낄대고 웃는 습관을 키우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하루에 30분 동안은 아무 말도, 생각도 없이 그저 십자가의 주님을 바라보는 기도시간을 갖도록 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좋아질 것입니다.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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