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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137) 골치 아픈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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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아들은 개인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사업이 잘 안 되는지 늘 머리가 아프다고 하고 얼굴을 찌푸리고 있어 걱정입니다. 아들은 성격이 좀 급한 편이지만 착한 아이라서 누구하고 크게 싸우지도 않고 잘 살아왔는데 자기사업을 하겠다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는 성격이 변한 것 같습니다.
 만나던 친구들도 자존심 상한다고 안 만나고 시간이 나면 방안에서 혼자 담배만 피워댑니다. 사람도 안 만나고 머리 아프다고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는 아들이 어떻게 해야 다시 예전처럼 건강해질 수 있을까요? 저러다가 병이라도 날까 봐 걱정되는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A. 사람의 머리는 가끔 통증을 느낍니다. 이 통증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실제 뇌에 이상이 생겨서 아픈 경우와 외부의 심상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 의해 느끼는 통증인 경우입니다. 후자를 `가짜 두통`이라고 합니다. 귀찮고 힘든 일, 짜증 나는 일을 접했을 때 느껴지는 두통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짜 두통에 유난히 약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A유형 성격인 사람들입니다.

 심리학자 프리드먼(Friedman)은 A유형 성격인 사람들에 대해 말하기를 "공격적이고 경쟁적이며 야망이 높고 성공에 대한 갈망이 많은 반면, 참을성과 인내심이 부족한 급한 성격의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이분들은 머리뿐만 아니라 복통을 호소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분들을 두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 중에 이 성격유형인 분들이 상당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약국은 두통약과 복통약뿐이라는 농담까지 생길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이 가짜 두통은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가짜 두통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 특히 요즘 같은 불경기에 앞날을 가늠하기 어려운 불안한 시기에 머리가 아픈 분들에게 좋은 방법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구호를 외치는 무지막지한 방법이 아니라 `잘 노는 것`입니다. 잘 놀면 머리 아픈 것이 가신다는 것이지요.
 놀이는 사고능력을 키워주고 상실감에서 오는 충격을 극복하게 해줍니다. 운동경기를 보는 것도 유사한 효과가 있습니다.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서 머리 아픈 것이 가실 뿐만 아니라 가슴 속에서 젊은 혈기가 솟구쳐 오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덧붙여 말한다면 여럿이 같이 노는 것이 두통 치료에 상당한 효과를 보입니다. 함께 어울려 놀아야 시너지 효과도 생기고 무너지는 마음도 추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힘든 때일수록 함께 모여 카드놀이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노는 게 치료법이라고 하면 펄쩍 뛰는 분들이 있습니다. 주님이 늘 깨어 기도하라고 하셨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라고 하셨는데 노는 게 웬 말이냐는 것입니다. 이렇게 시비를 거는 분들은 성경을 제대로 읽지 않으신 분들입니다.

 루카복음 7장 34??35절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사람의 아들이 와서 먹고 마시자,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이다.`하고 너희가 말한다." 즉 예수님은 한량 같은 분이셨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죽음과 수난의 길을 가셔야 하는 분이 마시고 노는 자리에는 왜 끼셨던 것일까요? 놀이판이 좌절감에 빠진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고 자신감을 회복시켜주며, 웃음을 준다는 것을 잘 아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수난의 길을 가야 하는 심란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먹고 마시고 노는 자리에 함께 하셨던 것입니다.

 어떤 분이 사석에서 웃기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주님께서 왜 제자를 12명이나 뽑았는지 아는가`하고 묻고는 `사람이 신나게 놀 수 있는 최대 인원이 12명이어서 그렇다`고 농담을 했습니다. 농담 같아도 일리 있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돈이 많고 아무리 학식이 대단해도 함께 놀아줄 사람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님께서 열두 사도를 늘 동반하고 다니신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놀이는 기나긴 인생길에서 우리가 겪어야 하는 갈등과 박탈, 상실과 갈망 등을 처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대인관계를 맺고 유지하도록 도움을 줍니다. 따라서 힘들고 외롭고 괴로울수록 방콕(방에 콕 박힘)하지 마시고,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려 점심 고스톱이라도 하시고 그게 싫으면 함께 TV를 봐도 좋습니다. 그게 멋쩍으면 함께 모여 남의 흉이라도 보는 수다 놀이를 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몸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되고 머리 아픈 것이 가실 것입니다. 잘 노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회복력도 크다는 것을 아드님에게 꼭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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